쿵푸허슬(2004)_창의적인 과정이 돋보이는 해피엔딩, 망가져도 굴욕없는 주성치 ── 영화

2005/1/13/CGV 목동

믿고 선택하게 하는 키워드 '주성치'
이날이 아마도 개봉 첫날일거다. 오랜만의 주성치 영화라고 기다리고기다리다 달려가서 봤다.
사실 이 영화는 주성치식 상상력과 헐리웃의 기술과 화려함이 본격적으로 만난 작품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그리고 확실히 중국의 기술로만 만들어졌을 때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중국 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잃은 것은 아니다.
이 작업은 정말이지 주성치가 얼마나 독보적으로 자기만의 색깔을 구축한 배우이자 감독인지 그 진가를 다시한 번 확인시켜준 계기가 되었다.
단 한가지 실망스러웠던 점은 생생한 조연 캐릭터들의 활약 덕분에 정작 많이 보고팠던 주성치의 분량이 적게 느껴졌다는 것 정도. 

주성치가 등장하는 '주성치표 영화'는 설명이 필요없이 늘 재미있다. 내가 그를 처음 본 것은 초딩 때 어쩌다가 마주친 '가유희사'라는 작품인데, 그 작품에서 장국영과 주성치에게 홀딱 반해버렸다.
장국영과 주성치 빼곤 중국의 스타들을 좋아해본적이 없다고 말해도 될만큼 그 두 사람은 나에게 나름 큰 의미가 있다.
장국영의 경우는 지상의 인간이 아닌 것 같은 비주얼 탓에 화보나 잡지 쪽을 수집했었고,

주성치의 경우는 역시 기회가 닿는대로 그의 영화를 자꾸 보려고 노력을...하지만 첫 자막이 올라가는 순간부터 끝자막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집중하고 본 적은 거의 드물다.
어쨌든 그는 일개 배우로 이름을 올리는 것인데도 그를 믿고 영화를 보게 하는 파워가 있다. 스토리가 좀 이상하면 개인기로 살려주고, 마르지 않은 개인기...아닌가? 그냥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것인가보다.
주성치는 워낙 잘생기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웃긴다고 마구 망가져도 굴욕적으로 보이지가 않는다. 자신을 늘 희화화해도 그 특유의 무게감을 잃지 않는달까. 그의 내면에 어떤 특별한 기운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웃기게 보여도 나를 무시하면 큰 코다칠 거야' 라는 듯,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고 권위있어 보이는 무언가가 있다.

여자인 나의 시선으로 보자면 '그토록 망가지며 웃기는' 남자는 좀 만만하고 편하게 느껴져야 하는데 주성치는 그렇지 않다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보다 더 든든하고 기대고 싶게 하는 뭔가가 있다. 그래서 이렇게 허무맹랑하게 웃긴 영화에서도 굉장히 실낱같이 등장하는 '멜로라인'의 여주인공이 누군지 늘 신경쓰인달까. 푸하하하핳.
주성치는 본격 멜로를 해도 먹힐 것 같은데, 나만의 생각인지. 아니면, 그게 더 초대박으로 웃겨보일지... 예상하기 힘들다.

그의 영화는 늘 해피엔딩이어서 좋다.
그리고 그러한 엔딩으로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뻔하지만은 않아서 더욱 좋다. 참으로 창의적이다.
그리고 늘 별 볼일 없는 인간이 '용이 되는'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각과
킬링타임 용이라고 생각하는 관객에게도(있나? 하긴 많겠지? 어쩌면...나 역시) 어떠한 메시지와 긍정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이 영화에서도 나라를 주름잡던 조폭집단인 '도끼파'를 사칭하며 만만한 사람들 상대로 삥뜯으며 사는 한심한 건달 '싱'이 알고보니 전설 속의 최고의 고수였다. 불세출의 재생능력은 한국영화 '초능력자'에 나왔던 고수와 비슷하고 그 수준은 최고급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맞고 당할 때는 한없이 없어보이고 불쌍해 보이지만 시간이 좀 흐른 뒤에 진가를 발휘하는 칼빵 수십개를 맞아도 끄덕없는, 약점이 없어보이는 고수다.
조연 캐릭터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불의의 상징인 도끼파가 득세하는 세상에서 은둔해 사는 고수들.
봉술의 달인은 만두피를 잘 빚는 생활의 달인으로 살고, 발차기의 고수는 쌀장사가 되어 발차기로 쌀가마를 순식간에 들었나 놯다 한다. 돼지촌의 주인장 부부는 남편은 아내의 구타를 요리조리 잘도 피하고 감당해 내는 '유들유들 영춘권'의 고수, 아내는 부부싸움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소리 크게 지르기의 달인으로서 '사자후'계의 고수다. 
뿐만 아니라 도끼파가 내세우는 악당으로 등장하는 야수조차도 사리사욕이나 성질부림이 목적이 아닌 자신이 상대할만한 훌륭한 적을 찾지 못해서 정신병원에 숨어지낸 것이라니, 참 동양철학적이지 않은가.

난 이 영화가 10점 만점에 10점으로 아주 마음에 든다. 주성치의 상의 탈의는 비보다 더 멋져 보였고 악당인 도끼파의 군무도 아이돌춤만큼 멋져 보였고 주요 배경인 돼지촌이 인사동 쌈지길만큼이나 낭만적으로 보였다.
깨알같은 이런 재미는 헐리우드의 테크닉인지, 주성치 특유의 창의력 때문인지 구분이 잘 안되지만 그게 무슨 상관.


주성치 손에 들린, 황성의와의 멜로의 매개체가 되는 무지게 막대 사탕. 욕심난다.
<주군의 태양>에서도 서인국이랑 공효진 손에 들려 있을 때 왠지 있어 보였는데, 나도 꼭 득템해야겠다고 다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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