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형(2004)_동생들이란 존재를 이래저래 독박쓰는 큰 형을 보필하고 이해하도록 양육해야겠다고 생각하게 한 영화 ── 영화

2004/ 10/21/목/목동CGV 

 
결론적으로 형이 죽어버려서 너무 허무하고 슬펐던 작품이다. 아니 동생의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죽을 것 까지는 없었잖아.

하지만 감독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만큼 '형제애'라는 주제에 대해 관객들로 하여금 한번쯤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새삼 이 영화를 만드신 감독님은 장남이실지 차남이실지 궁금해 진다.

 
철모르는 종현(원빈)을 깨닫게 하려는 이유로 너무 큰 댓가를 치루는 스토리

홀어머니 슬하의 연년생 형제인 성현(신하균)과 종현(원빈).

조금 먼저 태어난 것 말고는 사실 다른 대접을 받을 이유가 없는 형제다.

어머니는 늘 형만 생각한다고 불만을 품고 있던 종현의 오해는 원빈까지 너무 얄미워 보이게 할 정도였다.

어머니는 단지 사랑의 유형이 달랐을 뿐인데...

 
성현이가 공부를 잘하고 모범적이고 종현이가 공부도 못하고 말썽꾸러기라는 큰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어머니(김해숙) 입장에서는 둘 다 귀한 아들이다.

도리어 성현이는 구순구개열, 소위 언청이라고 하는 핸디캡이 있다. 요즘이야 성형으로 말끔하게 고친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 다른 모습에 주눅이 들만도 하고 놀림을 받았을만도 한데 성현이에겐 그런 어두운 구석이라고는 없다. 늘 아버지의 몫까지 어머니와 동생을 잘 챙기고, 착하게 살며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뿐. 웬만한 사람같으면 불같이 화를 낼만한 상황에서도  성현이는 늘 차분하고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는 긍정의 화신이다.

 
그에 비해 종현이는 형 성현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마치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관계같은...

어쩌면 어머니의 형에 대한 애틋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과 형을 향한 사랑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오해한 것에서 빚어진 애정결핍 증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속으로 외쳤다. '넌 건강하고 잘생겼고 뭘해도 뽀대가 나잖아. 이 나아쁜놈아'

그만큼 종현이가 가진 열등감은 너무 어리석어 보였다. 아무리 어머니의 편애라는 정황상의 근거가 충분하다고 해도 본인이 사랑과 격려를 받을만한 짓을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참을성도 없고 싸움닭처럼 이사람 저사람과 트러블만 일으키고 다니고, 저보다 못난 사람을 괴롭히는 못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제잘못을 무조건 형탓 어머니탓하는 못된 녀석 같으니.

제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형은 공부 잘하는 것만 빼고는 뭐하나 나보다 나은 구석이 없다'고,

실은 그게 아니고 형은 착하고 인격이 훌륭한 것이 정말 다른 점인 걸 모르고. 쯧쯧.

어쨌든 형이 살아있는 동안 단 한번도 '형'이라는 존칭을 써주지 않던 그녀석은 평생의 한을 안고 살게 되었으니 참 고소하기도 하고 뭐 그랬다.

 
아무튼 종현이의 얼토당토 않는 트집에도 한 번도 형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등신처럼 참기만 하던 성현도 드디어 폭발을 한다.

자신의 첫사랑이자 동네 퀸카인 미령(이보영)과 사귀는 동생에 대한 질투도 있었겠지만,

평소에 장남으로서 지니고 있던 어머니의 기대라는 극강의 부담감에도 동생으로부터 형 대접은 제대로 받지 못하는 서운함이 복받쳤기 때문일 거다. 자신에 대한 존경심은 눈꼽만큼도 없는 동생에게 기껏해야 "형이라고 불러봐라"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조건을 내밀고 꾹꾹 눌러왔던 감정을 표출한다.

 
조금만 다르게 진짜 마음을 표현하며 살았었다면 어땠을까

성현이가 조금만, 조금씩만 화가 났다거나 서운하다거나 자신의 감정을 표출해 가며 지내왔더라면 어땠을까.

조금만 더 일찍 형의 권위를 찾으려 했다면 어땠을까.

어머니 역시 마찬가지이다. 형에게 가지고 있는 마음이 안쓰러움과 애틋함, 남편의 부재에서 비롯된 의지라는 것을 종현이에게 조금만 더 다정하게 설명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형의 어깨에 얼마나 무거운 짐이 있는지, 형이 잘되야 종현이에게도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을테니 네 생각을 해서라도 형을 잘 챙겨주라고 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랬다면 아마도 종현이는 형을 함부로 여기고 무시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이 못난 탓으로 형이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는 한을 안고 살아갈 일이 없었을 텐데 말이다.

 
우리 나라가 특히 그렇다. 솔직히 남의 나라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장남이 독박을 쓰는 구조랄까.
조상에 대한 숭배 및 부모 봉양, 형제들 부양까지...우리 나라 장남들은 그야 말로 자기 몸이 자기 것이 아니다. 마음대로 죽지도 결혼을 안하지도 못하고.
또 웬만한 연예인들보다 더욱 사생활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일가 친척의 갖은 간섭과 원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장남 노릇을 잘해도 티가 안나고 못하면 엄청 큰 죄인이 되는 그런 구조.

 
그런데 살다보니 대통령책임제와 같이 한 집안의 장남을 일단 대통령으로 삼고,

그가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 총리가 대신, 여러 분야의 일을 장관들이 맡아서 하는 것처럼 일단 장남이 모든 지휘 권한을 쥐는 것이 될 성부른 집안의 행태인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게 잘 안되는 집안을 콩가루 집안, 안되는 집안, 망하는 집안이라고 하는 이치도 알겠고...

처음부터 공자나 맹자가 그렇게 해야 된다고 해서 이어져 내려온 악습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질서를 잡으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겨난 삶의 방식이었다는 것도 이해하게 되었다.

 
어쨌든 형인 성현이는 동생인 종현이를 위해서 자신의 첫사랑에 대한 마음마저도 숨긴 채 기꺼이 양보하지만,

종현이는 첫사랑 퀸카의 마음을 얻기 위해 형이 쓴 시를 훔치는 몹쓸 행동까지 한다.

종현이의 행동은 단순히 남의 작품을 훔치는 도둑질을 뛰어넘어, 평소 그토록 나보다 뭐 잘난 게 있냐며 무시했던 형을 필요한 때 이용해 먹는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인간 쓰레기의 행동이었다.

역시 형보다 못난 아우였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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