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자씨(2005)_이영애 여신님이 보여주실 수 있는 모든 것 ── 영화

2005/8/6/토 CGV목동

이 영화는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는 교훈을 주는 복수극이다. 비슷한 작품으로 '백야행', '텔미썸딩'이 있다.

내가 박찬욱 감독님이 만든 영화 중 유일하게 본 영화가 바로 이거다. 설마 이영애 여신님이 나오시는데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혐오스러운 장면은 없을 거라고 믿고 보았다.
눈을 가린 장면은 금자가 강아지를 상대로 총 쏘는 연습을 하던 장면 정도 뿐이다. 다른 험악한 장면들도 많았지만 그럭저럭 참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영애 여신님의 비주얼은 최강이었다. 감옥에서의 맨얼굴도, 붉은 아이셰도우를 한 출소 후의 모습도. 아, 그리고 날라리 고등학생으로 변신한 모습도 모두모두 극장의 비주얼이었다.
평소 TV광고도, 드라마 대장금도 잘 보지 않던 나에게 이 영화에서의 이영애 여신님의 모습은 한국 여자 인종으로서 꿈꿔볼 수 있는 꾸미지 않은 듯 청순하지만 세련된 이상향의 모습이랄까.
이밖에도 금자의 공간...심지어 여자 교도소와 교도소 동기에게 협찬받은 출소 후 거처,
금자의 복고풍 패션, 금자의 총까지도 모두가 스타일리쉬하다.
그래서 한 동안 붉은 아이셰도우라도 따라해보자는 생각으로 눈을 시뻘겋게 하고 다녔다는 ㅋㅋ 

최민식 님이 연기한 백선생은 설명이 필요없는 소시오패스 싸이코패스 다중인격자이지만, 난 왠지 귀엽게 느껴졌다.
의자에 묶인 채 죽을만큼 쥐어터지며 마구 구르면서도 입을 막은 테잎을 떼어내자 한다는 말이 금자의 시뻘건 눈화장을 지적질한다. 악인의 그 여유로움이...라기보다는 배우 최민식 님이라는 게 자꾸 인식이 되어서 귀엽게 느껴진 것 같다. 나에겐 최민식님은 그래도 넉살좋은 선량한 옆집 아저씨의 이미지가 강해서일 거다.

미인박명 또는 미인박복?
누가 예쁜 소녀를 변하게 했는가

이영애 여신님이 누가 뭐래도 미인이듯이 금자도 어린 시절부터 길 가던 사람들이 모두 한 번 쯤 뒤돌아 볼만한 초초초초미녀.
그러나 예쁘게 태어난 것은 독약을 든 성배와 같다. 가족의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자라도 혼자서 사회에 나오면 늘 벽에 부딪힐텐데
어린 시절 금자는 소녀가장인지 뭔지 제멋대로 싸돌아 다니다가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아이까지 갖게 되는 날라리다. 
그러다가 백선생이 저지른 유괴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대신한다.
세상은 왜왜왜 예쁜 여자를 가만 두지 않는 것일까. 그냥 철모르던 고등학생 시절의 금자가 100살 꼬부랑 할머니가 될 때까지 그렇게 예쁜 마음으로 살게 내버려 두면 안되는 것일까.
어린 금자는 계산적으로 남을 경계하지 아니하고 순수하게 착했던 죄밖에 없다. 예쁜 여자에겐 부모의 울타리건 돈많고 권력 있는 남편이건 누구건 스스로의 힘이 아닌 타인의 보호가 있어야만 탈이 없는 건가. 그러하다면 예쁜 여자라는 존재가 그러한 사람들을 찾아가는 이치를 누구도 나무라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사람은 끼리끼리 만나야만 편하다고 하는 건가보다...

어쩔 수 없이 악하고 강해져
받은 것은 갚고 불의를 직접 바로잡는 친절한 금자씨

금자를 주인공으로 한 영웅물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실제로 짧지만 블랙 위도우처럼 나오는 장면들도 있긴 하다.
그야말로 팔색조로 변신한 금자씨 ㅋㅋ

'기브 앤 테이크'를 확실히 하는 금자씨는 원수도 꼭 갚지만 은혜 입은 것도 꼭 갚는다. 또한 미래를 내다보고 계획적으로 그런 것인지는 잘 몰라도 나중에 은혜를 입을 사람들에게는 천사처럼 잘해준다. 그래서 별명이 '친절한 금자씨'.
계산을 전혀 할 줄 몰라 꽃다운 인생을 그르친 금자가 철저히 계산된 모습으로 변해 감옥 안에서의 모범수 코스프레를 벌인 것은 무섭기도 하고 한 장면 한 장면 너무 웃기기도 하다.

법과 정의가 무너진 사회,
죄 지은 사람이 더 잘 살고 피해를 본 사람은 화병 걸려 죽는 그런 사회
경찰 수사나 검찰의 판결은 예쁜 그녀의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했다.
흉악범을 꼭 잡아야 한다는 온 국민의 관심 탓인지 누구라도 범인으로 만들어 하루빨리 종결지어야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그러나 그녀를 집어 넣은 형사도 그녀에게 은혜를 입은 탓인지 미안함 때문인지 영어선생인 백선생에 대한 복수를 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준다.
무려 13년이나 감옥에서 복수의 칼날을 갈고 닦은 이후다.

이 영화를 다시 생각하면서 이정향 감독님과 송혜교 주연의 '오늘'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신상필벌의 법과 정의가 무너진 사회, 죄 지은 사람이 더 잘 살고 피해를 본 사람은 화병 걸려 죽는 그런 사회를 풍자했다는 면에서.
'하나님, 제 얘기 듣고 계시나요?'라는 기도를 거듭하던 금자의 모습, 죄를 저지를 것이기 때문에 미리 용서를 구하는 행위였을 수도 있겠지만 복수따윈 다 잊은 듯 천사처럼 굴던 그 모습에서 귀찮게 따라붙는 목사를 향해 자신은 개종을 했다며 불경책을 꺼내 보여주던 모습을 보여 준 것도,
일이 벌어진 이후에 '무엇이라도 용서해주라고' 말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기독교의 행태에 순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것과 대비되도록
일이 벌어지기 전해 '인과응보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불교적 사고방식을 차용해서 금자의 변화를 구분지은 것이 아닐지.

그와 비교해서 '오늘'이라는 영화는 너무 직접적이어서 확실히 좀 오글거렸다.
친절한 금자씨는 능청스럽게 웃기고 아름다웠는데.

아무튼 이 영화에서의 '일시적인' 용서가 가져온 부작용 역시 너무 컸다.
금자가 백선생의 누명을 쓰고 대신 옥살이를 하는 바람에 백선생은 연쇄 살인마가 되어 더 많은 피해자를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금자는 그 피해자의 가족들을 불러 모아 함께 복수할 기회를 준다. 자신과 같은 억울한 입장의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분풀이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래서 친절한 금자씨인걸까.
공권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과오를 피해자들 스스로 바로잡는다(?). 아, 물론 바로 잡는 것인지 또다른 죄를 짓는 것인지 복수의 연결고리를 생성하는 것인지까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신상필벌과 인과응보가 제대로만 되었다면야 적어도 속은 시원했겠다.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사람에게 '친절하다'는 수식어 정도 붙여주는 건 아깝지 않겠지.

한 때 매우많이 따라했던 아이셰도우 +_+






덧글

  • ㅇㅇ 2013/12/20 16:35 # 삭제 답글

    백선생아이 아니에요. 고등학교때 남자친구아이에요.
  • 착한마녀 2013/12/22 02:00 #

    맞아요. 제가 잘못 적었네요! 금자도 애시당초 날라리 여고생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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