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스 일레븐(2002)_'도둑질'에 대한 도덕적 판단 따위는 잠시 잊어도 좋다. ── 영화

2002년 어느 날, 어느 극장

2002년도에 참 정신없이 바쁘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 극장에 거의 못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봉날을 손꼽아 기다렸다가 챙겨봤던 영화다. 솔직히 이 작품을 안보고는 대화를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당시엔 내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정말 큰 화제였다.
브래드 피트와 맷 데이먼이 대세남이었고, 거기에 미중년 신사 조지클루니와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배우들이 열 한 명씩이나 등장하니 그것만으로도 극장으로 유입될 떡밥이 충분한데 무려 열 한 명의 도둑이 등장한다는 황당한 설정이 호기심을 더욱 부추겼다.

내용이야 뭐 절도 분야에서 각자 특기 하나씩을 가진 도둑들이 힘을 모아 '미션 임파서블'을 '미션 파서블'로 훌륭히 수행해내는 해피앤딩. 도둑질을 예술처럼 하는 예술인들인지라 괴팍한 성격과 습관들이 오밀조밀한 잔재미를 선사하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는 11명의 도둑들을 머릿속에서 열심히 조합하느라 관객들의 두뇌가 녹슬지 않도록 도와주는 영화다.
보는 내내 한 장면도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놓치기 싫어서.

그러나 영화가 끝나고 난 후 티테일한 에피소드들은 모조리 잊어버린 다는게 함정.
기억나는 것은 대니 오션(조지클루니)의 전처라는 테스(줄리아 로버츠)가 타깃이었던 카지노 금고의 주인 테리 베네딕(앤디 가르시아) 곁에 내내 다정하게 있다가 영화 끝날 때쯤 되니 대니 오션 곁으로 다정하게 돌아와 앉아 있는 장면뿐이고. 대체 어디까지가 오션 일당이 계획한 일이고 어디까지가 우연이 운명을 해피 앤딩에 이르도록 도와준 것인지 헷갈린다. 그렇지만 내가 도둑질을 따라할 것도 아니니 마니아처럼 파고들고 싶진 않다.

등장인물도, 장면도, 음악도 모두 스타일리쉬하고 산통을 깨는 비극과 죽음 따위 없고 유혈사태같은 잔인함도 없으면서
'도둑질'을 예술적으로 하는 도둑놈들을 감상하면서 굳이 도덕적 판단 따위 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10점 만점에 충분히 10점을 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1편을 볼때만 해도 등장인물로 '대어 떡밥'이라 불릴만한 배우들을 추가해가며 후속작을 낼 거라고는 예상못했는데...

오션스 시리즈는 '스티븐 소더버그'라는 감독을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하게 해주었다.
이름도 입에 착 달라붙는다. 소더버그... 소더버그...스티븐 소더버그.
이 감독이 전에 뮤직비디오 혹은 광고를 만들던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딱 들었다. 감각적인 비주얼이 일단 먹고 들어가서 분명 내용상 별거 아닌 장면일지라도 폼나보이고 시선을 돌리지 못하도록 꼭 잡아둔다. 빠른 장면 전환이나 비디오 효과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뭔가 구도가 남다른 듯한. 잘생긴 배우나 못생긴 배우나 일단 다 세련되 보이니 브래드피트나 조지클루니가 조각미남이라서만은 아니고, 대체 어떤 노하우를 가진거지?
음악도 하나같이 귀에 쏙쏙 꽂히고 영상과 딱 어울리고, 그런데 ost를 따로 들어보면 그렇게까지 좋은 곡은 아니었고 ㅋㅋ 아무래도 음악을 살리는 영상을 만드는 재주가 있으신 듯.
이 감독의 다른 작품을 접해 보지는 못했지만 장르나 줄거리는 둘째치고 이 사람의 영화에는 대강 어떤 느낌의 씬들이 나올지 감이 잡힌다. 그 만큼 자신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독자적인 연출 기법을 갖게 된 감독인 것 같다.
가만 보니까 이 분의 작품을 파고드는 것이 망설여질 정도의 다작을...부지런하기도 하지. 머릿속에서 작품이 샘처럼 솟아나오는가보다.



 
 

덧글

  • skywalker 2013/08/26 21:56 # 답글

    트리비아들도 정말 깨알 같지요 저도 오션스 씨리즈 완전 좋아해서 이백번은 본 듯 합니다 ㅋ 영화음악도 꽤 괜찮지 않나요?런닝맨에서 참 적절하게 구석구석 잘도 써 먹자나요 ㅋ
  • 착한마녀 2013/10/13 18:31 #

    저도 알고 싶어요. 트라비아!
    전 이백번까지는 못보니까...아 그리고 보더라도 잘 모를 것 같기도 하니 여기저기 찾아봐야겠어요.
    런닝맨이랑 더 지니어스에 나온 음악은 참 좋아요. 무한반복 감상용 음악이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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