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아저씨(2005)_키다리아저씨같은 러브스토리와 스토커 스토리는 한끗 차이다 ── 영화

2005/1/17/ CGV 목동

영화 그 자체로만 보면 '뭥미?' 라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다.
고전 소설인 '키다리 아저씨'를 모티브로 하면서, 액자 구성이기도 하고, 남자주인공은 기억을 잃다가 죽는 병에 걸려 있고...
오해와 우연 속에 운명적으로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로맨스 영화다.

내가 하지원이라는 여배우에 대해 이유를 알 수 없는 비호감을 느껴서 영화도 드라마도 본 것이 거의 없다. 어떠한 흥행 스코어 또는 시청률을 기록한다는 소문이 들려도 왠지 안보게 되더라. 아마도 하지원이 등장하는 작품 중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본 것은 이 영화가 유일하다.

키다리 아저씨의 또 다른 버전
"다른 사랑 속에 숨겨진 내 사랑의 비밀 이야기"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혼자가 된 영미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대학교에 입학하여,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근근히 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소위 '키다리 아저씨'가 등장해 그녀의 4년 등록금을 지원해 주고 이런 저런 물질적, 정신적 도움을 준다.
영미는 정체를 알수 없는 '키다리 아저씨'의 도움으로 학교를 무사히 마치고 자신의 꿈인 방송국 직원으로 직장에 첫발을 내딛는다,
회사는 그녀를 배려해 지낼 곳까지 구해주는데 자신의 컴퓨터가 망가져 집주인의 컴퓨터를 사용하게 되면서 차마 수신인에게 부치지 못하고 자신에게 되돌아오도록 작성한 수많은 메일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 메일을 쓴 주인공은 대학 시절부터 몇 년 동안이나 누군가를 짝사랑하며 그 주위를 맴돌았다.
기억을 잃는 병(아마도 알츠하이머)에 걸려 자신의 사랑을 고백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아마도 시간이 좀 지나면 누군가를 사랑했던 기억조차 잊게 될 거라고 걱정하면서... 그러나 병을 고친 후 당당히 마음을 전하겠다는 희망도 담겨 있다.

영미는 자연스럽게(?) 짝사랑의 주인공을 여자로 설정하고, 짝사랑을 받는 이를 남자로 설정하여 메일에 씌어진 대로 영화를 찍듯 상상의 나래를 펼쳐간다.
 
보고 싶은대로 보고, 생각하고 싶은대로 생각하게 되는 풋사랑의 속성
이 즈음 영미는 두근거리는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상대는 방송국 자료실에서 일하는 준호(연정훈).
준호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이 자꾸 그 사람 생각만 해서일까, 영미의 요즘 최대의 화두인 이메일 속 주인공들과 준호를 자꾸 연결된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만한 단서가 있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또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건데.

어쨌든 준호를 멀쩡하고 건장한 남자로만 알고 있는 영미는 어떤 불치병에 걸린 가여운 여자가 참 오랜 시간동안 짝사랑하던 남자가 바로 자신이 좋아하게 된 준호라고 멋대로 생각해 버리고 갈등에 빠진다. 이름 모를 아픈 여자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누군가가 그렇게 마음에 품고 있던 누군가를 빼앗으려 하는 건 아닐지 양심의 가책이랄까. 꺼림찍함이랄까.

결론적 진실은 영미의 상상 속 여자가 바로 현실의 준호였고, 영미의 상상 속 남자가 바로 영미 자신이었다.
게다가 현실의 준호는 이미 기억을 많은 부분 잃어 자신의 영미를 그토록 짝사랑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어쨌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영미가 자료실에 처음 방문했을 때 그는 영미에게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고, 또 '키다리 아저씨'가 누군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영미도 '아저씨에게 보여주고 싶은 내가 처음 좋아하게 된 남자'라며 준호를 눈여겨 보고 있었다.

키다리아저씨같은 러브스토리와 스토커 스토리는 한끗 차이다
어쩌면 방송국의 이사인 준호의 형(오대규)이 영미에게 지낼 집을 내어주고, 준호가 썼던 컴퓨터를 볼 수 있게 하지 않았다면 그냥 묻혀질 준호의 사연이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집을 주고, 집주인이 쓰던 컴퓨터에서 기막힌 사연을 발견하더라도 영미의 촉이 준호에게 향해있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준호의 입장을 절로 헤아리게 되고 그의 간절함에 동화되기보다는, 또 그 동안 받은 사랑의 징표들이 고맙고 감사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짜증이 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4년 등록금이고뭐고 받은 거 어떡케든 다 갚겠다고 노발대발할지도 모르고,
다시 말해 아주 무서운 스토커 스토리 정도? ㅋㅋ
"아우 이 불치병자가 찌질하게 몇 년 동안이나 나를 몰래 지켜보면서 아우 소름끼쳐" 막 이랬을지도.

어쨋든 스토리를 지금 돌아다보면, 너무 작위적이고, 어쩌면 기분도 나쁘기는 한데...뭔 여자가 된장녀도 아니고. 사심없이 받은 것들에 대해 은혜를 갚아야겠다고 생각했더니 그게 사랑의 대가였다면? 키다리 아저씨가 그냥 인재를 양성하려는 꼬부랑 할배인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나 개인적인 사상 탓인지 모르겠다. 소위 '츤데레' 스러운 걸 좋아하긴 하지만 키다리아저씨의 속성처럼 자신을 감춘 채 음흉하게 잘해주는 건 또 꺼림찍해서리.

그래도 이 영화에 등장한 소소한 얽힘섥힘 에피소드들을 보면 사랑의 운명론적 속성이랄까, 인연설이랄까 최근 들어 부쩍 공감되는 그런 기운들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볼 거리들이 꾀 있었던 것도 같다.

어쨌든 영미의 상상 속에 등장하는 인물마저 선남선녀로 자동적으로 설정되는 것을 보면(박은혜, 현빈) 이 죽일놈의 외모지상주의 같으니 ㅋㅋㅋㅋ

정말 이유없는 비호감. 개인적으로 전혀 알지도 못하고, 이렇게 예쁜데 이상하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구글 애드센스 2


애드센스


통계 위젯 (블랙)

023
87
535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