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 9/11(2004)_놀랍지만 반신반의한 내용들, 팩트를 설득력있고 재미있게 구성한 수작 ── 영화

2004/8/4/서울극장

마이클무어 감독이 만든 '논픽션 다큐'라는 장르의 영화다. 일어난 사실을 근거로 하지만 편집이나 추론은 주관적이라는 전제를 깔고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이것은 '그것이 알고싶다'도, '추적60분'도, 'PD수첩'도, '이영돈 PD의 먹거리 파일'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동일한 팩트들을 어떻게 나열하여 어떤 방향으로 추론하는지에 따라 생각은 천차만별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매우 훌륭하게, 설득력 있게 추론한 한 사례로 인정해 주어도 아깝지 않다는 점에서 어쨌든 이 영화는 가치가 있다.
영화적인 측면에서는 핫한 소재, 그리고 재미있는 나레이션과 편집이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반은 공감하고 반은 거부감이 드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주장
마이클 무어는 오사마빈라덴이라는 이름을 전세계에 각인시킨 9.11 테러와 미국의 이라크전 개입을 둘러싸고 거의 완벽에 가까운 짜깁기 음모론 신공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이 모든 현상을 뒤에서 조종한 인물이 부시다'라는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그를 반격하는 작품을 만들더라도 그것 역시 이 영화만큼이나 완벽에 가까울 수 있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거니와,
이런 식의 음모론을 신봉하기에는 '인간에게는 믿고 싶은 것만 부각해 바라보는 본능이 있다'는 대전제를 더욱 믿는 나라서.

3천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순식간에 저승으로 함께 갈 수도 있구나...라는 놀라운 사실을 확인시켜 준 9.11테러의 배후가 자국의 대통령 부시라는 주장.
물론 그럴싸한 근거들이 있다. 부시 집안은 오사마빈라덴 일가와 친분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미국이 이라크전에 개입하는 것이 부시 집안 및 그를 당선시킨 세력들에게 이득을 가져다 준다는 점, 사고가 발생한 직후 오사마빈라덴을 잡아들이는 데 FBI, CIA등이 왠지 총력을 기울이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도리어 비호하는 듯한 정황이 있었다는 점 등등.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우연이라는 증거도, 필연이라는 증거도 없다.

솔직히 난 부시라는 사람이 미국의 대통령을 할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소위말해 성공한 싸이코패스인지 전혀 알 수 없다.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절대로 그런 추악한 짓들을 하지 않았을 거라는 확신도 못하겠고, 돈과 권력의 노예가 되어 특정 세력에 부개가 잡혀있던 상태라거나, 혹은 병정놀이를 즐기는 전쟁광이라서 충분히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 사람이라고 매도할 생각도 없다.
다만 한 가지, 우리나라 정치계만을 지켜보아도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기도 한다'는 걸 증명해 주는 여러 사례가 있기에 부시-오사마빈라덴 그 둘의 의리라는 걸 그렇게까지 철썩같이 믿고 있는 마이클 무어를 좀 비웃어 주고 싶은 마음은 있다. 이빨빠진 호랑이일뿐인 오사마빈라덴을 의리 때문에 목숨을 부지하게 해준다...? 아니면 시기를 보아서 보복할 목적으로 일시적 유예? 

내가 공감하는 부분은
이라크전에 과도하게 관여하는 부시에 대한 비판이다.

마이클 무어는 미국이 많은 예산을 이라크전에 투입함으로써 정작 자국민들에게 필요한 재정을 낭비했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이라크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서 군수사업 등을 하는 이익집단들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지만, 사실상 국경지대의 미국 시민들이 이라크의 핍박받는 국민들보다 훨씬 더 불쌍하게 살고 있음을 외면하지 말라는 요지이다.

흠, 하지만 이 부분도 본디 한 가정의 자본이라는 것도 써야할 곳을 정해두고 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측면에서 반박할만한 부분이 있다. 빚이 있으면 그걸 다 갚을 때까지 굶어야 하는 건 아니듯이, 월급쟁이도 안먹고 안입고 해외 여행을 다닐 수도 있고 뭐 그런 거지.

예를 들면 우리 나라에서도 4대강 할 돈으로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거나 뭐 그런 불만들이 횡행하는 것에 비추어 볼때 마이클 무어의 저런 주장도 미국민들의 일부 여론을 반영하고 있겠거니 추측할 뿐이다. 
미국의 국경지대에서 처참하게 살아가고 있는 빈민들을 위해 마이클 무어는 자신의 흥행 수익을 기부했는가? 궁금하다.

그는 또 가난한 집안의 청년들에게 이른 바 '이라크전 참전용사드림'을 심어주고 애국심을 명분으로 앞길 창창한 청년들의 목숨을 앗아가거나 불구로 만들어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이것 역시도 돈많고 지체높은 이들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발휘하지 않는 이상 가난한 사람의 아들들이 더욱 위험천만한 모험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부시'에 대한 음모론으로만 엮기에는 매우 복잡하고 방대하며 철학적이고 역사학적이고 경제학적이고 인류학적인 현상이므로 도리어 부시 입장에서 억울한 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미국시민이더라도 부시를 굳이 안해도 될 일을 벌이는 호구쯤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다만 정치로 미국이라는 거대 국가를 이끄는 대통령임을 감안하면 나라의 경제규모만 크지 더 이상 자본을 창출할 구석을 찾기도 힘든 사회 구조속에서 누구라도 돈을 벌어야(그것이 비록 좀 못마땅한 유태자본이나 무기/군수물품 분야의 기업들일지라도) 부자부터 빈민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을 보듬고 나라 살림을 꾸려나갈 수 있을 거라는 고민을  기반으로 한 뻘짓일지도 모르겠다고는 생각해 본다.  
아니면 역시 그들이 늘 그러하듯이 그냥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정의감에 불타는 동네 형 코스프레인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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