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파이터(2004)_불확실함에서 빚어지는 수많은 두려움을 이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강해지는 것 ── 영화

2004/8/15 서울극장

지금껏 살면서 남동생과 극장에 가본 게 불과 한 손으로 꼽을만한데, 이 작품은 그 녀석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집안에 손님이 오신다는 이유로 엄마에게 쫒겨나가서 봤던 영화다. 
여튼 남동생놈이랑 보기에 딱 알맞은 영화였다.

당시 대세남 양동근, 득도의 경지에 이른 고수의 눈빛마저 재연해내는 연기력
양동근도 한 때 대세남이었다. 꽃미남은 아니지만 순둥순둥한 매력이... 그러나 나는 매끈하길 바라지는 않지만서도 이렇게까지 울퉁불퉁한 남자는 또 별로라서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어쨌든 양동근이 연기를 다큐처럼 잘 한다는 거야 많은 사람들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고, 다만 이 영화 이전에는 조금은 어벙하고 순둥순둥, 더 나아가 구리구리하기까지한 이미지로 생각해왔는데 누구보다도 날카로운 영민한 눈빛을 보여주어서 깜짝 놀랐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정의롭고 순수한 이미지는 그대로이지만.
사실 무언가 통달한, 그것도 무도라는 분야에서 최고 경지의 이른 사람을 연기하는데 배우에게 그만한 카리스마가 없었다면 많이 걷돌아 실패할 게 뻔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세상에 양동근이 진짜 최배달로 보이더라니. 당시의 나이대를 감안해주지 않더라도 확실히 대단한 배우인 것 같다.
양동근이 SBS 예능 '스타킹'에 출연한다면 정말로 맨주먹으로 돌을 깨고 동전을 구부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훈련으로 두 주먹이 정말 무쇠처럼 단련된 거 아닐까 싶더라는.
지금보다 열 살이나 덜 먹은 비(정지훈)가 했었더라면 이런 연기는 어림없었을 것 같다.

최영의(최배달)의 실화를 그린 영화, MMORPG  캐릭터 육성과 같은 재미를 느끼게 해줌
개인적으로 '최배달'이라는 키워드 자체를 듣도보도 못한 상태였다. 그러고서 영화를 보니 거짓말 같았다.
오래전 일제 치하에서 이런 레전드같은 사람이 살고 있었구나 싶은 놀라움. 맨손으로 황소 47마리의 뿔을 꺾고, 돌덩어리를 조각내고, 손가락 두 개로 동전을 휘어버리는 초인적인 힘의 소유자. 일본 무도계 고수들이 복수를 하겠다며 30명이 한 번에 덤벼 그를 꺽고자 했던 대결에서마저 완승을 해버린다.
실력 하나만으로 일본 무도계를 평정하여 '조센징'에 대한 차별과 적대감을 뛰어넘어 존경의 대상까지 된 인물.
하지만 아예 일본인이라고 우기며 영웅시하는 현상도 있음은 아쉬움.

헐리우드식의 영웅물과는 다른 한국식 영웅물이랄까. 우리만의 '한의 정서'가 어린.
이 영화는 오히려 선천적으로 괴력을 잘 타고난 천재의 스토리가 되길 지양한 것 같은 느낌이다. 그 보다는 인간으로서 한계를 뛰어넘는 극한 훈련으로 초능력에 가까운 괴력을 습득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 듯.
나도 극중 최배달이 하는 수련법을 잘 따라하면 조금은 강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깐. 호연지기를 통해 자신을 다스리는 법을 알고, 자신을 앎으로서 상대의 약점을 간파할 수 있는 새로운 눈을 떠나가는 과정.
시대적, 개인적인 역경이야 다소 진부하다고 치더라도 상상을 초월하는 입산수도 자기수련 생활법과 세계적인 무도인들에게 도전해 그들을 꺾어가는 과정이 마치 게임 캐릭터가 레벨업하여 강해지는 걸 보는 듯 뿌듯함을 안겨주었다.

"힘없는 정의는 무능하고, 정의없는 힘도 무능한 거다"
힘-정의-폭력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무도인의 덕목을 잘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나는 무도인들은 대체 안해도 되는 걸 왜 하면서 살아가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조심을 한다해도 언제 어디어 어떻게 죽을 지 모르는 건 매한가지이긴 하다만 개고생을 왜 사서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편이랄까. 
그런데 그런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어떤 계기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떤 사명감에 이끌려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채 살아도 살아지는 강력한 멘탈을 습득하게 된.
좋은 일을 참 많이 하시는 정동남 님의 경우도 어린 시절 수마에게 동생을 잃었다고 한다. 그 때부터 자신의 목숨이 전혀 아깝지 않게 느껴졌다고...
보통 사람들처럼 위험에 대해 수동적으로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며 이겨나가려 하고 더 나아가 남들까지 지켜주려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과 더불어 안쓰러움이 생겼다. 아마 평온한 삶을 살았더라면 그렇게 새로운 눈은 떠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어쩌면 하늘은 특별하고 잘난 사람이 되라고 시련을 주는 건지도.
그들도 사람임은 마찬가지다. 극중 최영의의 나레이션이 기억난다. 싸우는 것이 두렵고, 지는 것도 두렵고, 싸우다가 죽을까봐도 겁난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겁이 나는 것은 싸우다가 다쳐서 불구가 되는 것이라고...

그런데 무엇보다도 두려운 것은 이길지 질지, 죽을지 다칠지, 다친다면 얼마나 다칠지를 모르기 때문이 아닐런지. 이런 식의 수많은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서는 스스로 강해지는 것이 제일이다.
인생에서 잘 생존해 나가기 위한 강한 멘탈을 가질 수 있도록 나도 열심히 인내하고 수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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