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3/12/화/주공공이
분명 모양빠져야할 3류 B급 주인공들인데 왠지 폼나는 액션 로드무비
1970년대에 에미넴이 등장했다면 이런 느낌일려나, 쌩양아치들이 등장하는 황당한 로드무비인데 왠지 린킨파크나 메탈리카의 뮤직비디오 한 편을 떠올리게 하는 스타일리쉬함이 있는 영화다.
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걸작 쯤이라고 할까. 외국 영화들 중에는 이런 스타일의 영화가 많은지 모르겠지만, 나의 무식한 식견으로 예측해보면 아마도 B급 영화 내지는 컬트무비 정도로 분류될 것 같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도, 후에도 전혀 접해 본 적이 없는 유형이라 나 개인에겐 나름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해 두고 싶다.
비슷한 충격을 받았던 영화로는 장진 감독님의 데뷔작인 '기막힌 사내들'이 있는데 정글쥬스 만든 조민호 감독님 역시 장진 감독님처럼 똘끼있는 천재가 아닐까 의심스럽다.
장혁, 이범수 콤비. 요즘같으면 섭외할 수조차 없는 캐릭터일 듯 ㅋㅋ
장혁 님이야 뭐 예나 지금이나 꽃미남이지만 이범수 님은 당시만해도 개성파 코믹 조연이었다.
장혁으로서는 '짱' '화산고' '학교' 등으로 이미 잘나가고 있던 시절의 이미지 모험이었지만 나름 가오나게(?) 잘 어울렸고, 이범수에게는 뭐랄까 딱 인간극장 다큐찍은 듯이 잘 맞아들어간 캐릭터.
첫인상이 무섭다는 게 난 아직도 이범수님 보면 이 작품을 필모그래프로 가지고 있는 배우라는 사실을 자꾸 각성하게 된다. 내가 '태양은 없다'를 못봐서 이 영화로 이범수를 처음 보아서... 요즘의 반듯하고 정갈한 모습들도 멋지긴 한데 정말 가끔 이 영화에서의 찌질한 모습이 겹쳐서 웃음이 날 때가 있다.
더불어 손창민 님의 쌩양아치 변신도 당시로서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준 것 같은 영화
이 영화는 초대권으로 보았는데 함께 본 친구가 누군지 도무지 생각이 안날 정도로 영화가 너무 강렬했다. 본 사람이 거의 없이 처참하게 망해서 함께 수다떨 사람 찾기도 힘들었는데, 어느 날 무려 개봉 이후 몸소 표를 구입해서 보았다는 아는 언니가 "난 그 영화에서 '풍차돌리기'하고 '짝XX' 밖에 기억이 안난다~"고 말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집창촌으로 유명한 청량리588을 배경으로 쌩양아치들이 등장하는 영화라 그런지 '섹드립'이라고 하나 그런 게 거의 역대급 수준. 물론 실제로 그러하게 야한 장면들도 많이 묘사가 된다. '풍차돌리기'하고 '짝XX'정도만 기억에 남는다는 게 흠이다. -_-
영등포 신세계 뒷골목처럼 정육점 불빛이 있는 거리. 어린 시절 차를 타고 지날 때면 늘 엄마손에 의해 유리창 아래로 머리가 눌려졌던 곳, 늘 들여다보고 싶고 궁금했던 곳을 아무렇지 않게 마음껏 들여다 본 특권이라도 누린 듯이 속시원했던 기억이다.
막 지저분하고 혐오감 드는 느낌이 아니었다. 다른 시사풍자물이나 스릴러물에서와 같이 어둑하고 음침한 공포와 불편함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아니었다.
햇볕 쨍쨍한 날 담은 '다큐3일'처럼 별거 아니라는 듯 아주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게, 마치 세상의 모든 지하자금이 양성화된 느낌으로. 그들도 다 함께 이 시대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일 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러한 잔상은 아직까지도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대낮에는 몸관리를 하느라 목욕탕에 다녀오곤 하는 걸걸하고 시원시원한 창녀 '멕' 역할은 배우 전혜진님. 오늘날 이선균님의 부인님이시다. 두 양아치와 여정을 함께 하니 비중이 꾀 큰데 쏙 빼놓고 홍보한 게 치사하다.
남는 것이 없다고 3류영화로 치부해 버리기에 보는 동안 '제법 정성들여 만들었다'는 느낌을 주는 영화였다. 스토리는 비교적 개연성 있게 치밀하고 탄탄하게 얽혀있던 것 같다. '섹드립'뿐만 아니라 '코믹개그드립'도 참 수준급이었고 말이다.
또 연출이나 전반적인 요소들도 나쁘지 않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음악이나 카메라 워크, 액션들이 뮤직비디오처럼 감각적이고 세련됐다는 느낌을 받았었으니.
이렇듯 소재나 등장인물이 참 구질구질 꼬질꼬질한 밑바닥 설정인데도 왠지 스타일리쉬하다고 느껴졌던 건 이 쌩양아치 주인공들의 의상이나 분장이 미국까지 가서 직접 구해온 아이템이라서였거나, 여러번 탈색과 염색을 반복한 헤어스타일 등이 당시로서는 흔하지 않은 시도들이라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스토리는...
쌩 양아치 기태(장혁)과 철수(이범수)가 동네에서 양아치짓을 하며 노는데 아는 동네형(손창민)이 나타나 예비군 훈련간 자기 부하 대신 일을하라고 한다. 그건 바로 마약거래 과정에 거액의 돈을 전달하는 별거 아닐 거 같은 심부름. 하지만 그들이 시작한 일은 기발하게 꼬이고, 그 꼬인 결과를 책임지기 위해 잃어버린 마약값을 물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함. 그래서 은행을 털게 됨 -_-
동네에서 창녀들과 노닥거림 - 동네형이 시키는, 알고보니 어마어마한 인생최대의 심부름을 하게 됨 - 일이 꼬여 은행털이를 하게 됨.
이렇게 이어지는 과정이 기상천외하고 그럴싸하다. 화면은 힙합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처럼 멋지고.
스토리와 배경과 소재 말고는 배우, 연출, 음악 등등 모든 요소들이 수준급이었다고 본다.
그리운 주공공이 극장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주공공이라는 극장은 내가 참 좋아하던 곳이다. 이 극장의 주인은 아마 강우석 감독 아니면 강제규 감독일 듯한데...아무튼 이 극장이 있어서 강남역에 자주 갔었고, 이 극장이 문을 닫은 후 거의 발길을 끊었다. 당시 내 기억으로는 좌석과 스크린의 각도가 마치 천문관망대처럼 살짝 기울어져 있었다. 그래서 아주 편안했던 기억.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아무리 번창해도 주공공이만하지는 않다는게 내 주관적인 평가이다. 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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