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식구를 찾아서_메시지 좋고, 눈물도 찡, 웃음도 대박, 노래도 좋고 상 받을만 했다. ── 공연/전시

 

2012/9/9/ 오후3시/ 대학로 예술마당 4관
출연 : 주은, 유정민, 이상은, 남정우, 김성현


식구를 왜 찾아????
정말 별 기대없이 본 작품이었는데 완전 대박이었다. 이런 내용일줄은...
스토리도 유치하거나 억지스럽지 않고 공들여 만든 티가 나는 작품이었다. 사실 최근들어 창작 뮤지컬이 난무한다고도 말할 수 있는 수준인데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 그 중에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는 작품을 만나기도 힘든 게 사실이다. 스토리도 뚝뚝 끊어지고 기억에 남는 멜로디나 가사도 딱히 없는 그런 류들.


그러나 이 작품은 달랐다.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멜로디
몽, 냥, 꼬 = 멍멍이, 냥이, 꼬꼬대기
세 마리의 짐승이 서로의 삶의 애환을 토로하며 시작하는 도입부에서 살짝 걱정을 했었다.
'이거 또 웃겨준답시고 손발 오그라들게 하고 끝나고 나면 사람 허무하게 만드는 거 아니야???'

그런데 깨알같이 배꼽잡는, 재치있으면서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가사가 좋았다.
음악도 꾀 좋았다. 국악풍이라던지, 랩이라던지 자칫 유치해질 수 있었던 실험적 음악을 선보였음에도 수위조절을 잘했다. 가락도 귀에 거슬리지 않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귓가에 맴도는 구절이 있을 정도로 뮤지컬 장르명이 아깝지 않은 노래들을 선보였다.

"넌 너무 예뻐~"라며 서로의 주름진 얼굴을 쓰다듬어주는 두 할매들의 짠하고도 아름답고도, 또 둘이 함께 그렇게 서로 의지하면서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것 같이 안심하게 해주는 음성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것 같다.

몽,냥,꼬가 불러준 랩과 국악풍이 뒤범벅된 컬트적이기까지한 음악들은 어디서 음원을 구할 수 없을까. 우울할 때 들으면 기분 좋아질 것 같은데.

배우들의 연기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새파랗게 젊은 여배우들의 심금을 울리는 감쪽같은 할머니 연기, 짐승들과 엑스트라를 오가는 몽.냥.꼬. 배우님들의 춤실력 노래실력, 개인기가 소극장의 품격을 높여줌.


'현대판 고려장'을 심각하지 않게 웃기게 따뜻하게 풀어가는 줄거리
어린 아들을 잃고 몽,냥,꼬와 함께 근근히 살아가는 시골 할매 지화자에게 어느 날 박복녀가 찾아와서 아들이 이 집을 자기에게사주었다며 이제부터 자기가 소유주이니 집을 내놓고 나가라고 한다.
두 할매의 갈등에서 이야기가 풀어져 나간다.

사실 둘째 부인으로 시집을 간 박복녀 할매는 자기가 낳지도 않은 아들을 정성들여 키워줬건만 아들은 늙은 그녀를 한국에 남겨두고 중국에 출장을 간 이후 종적을 감춘다. 사실 박복녀 할매는 아들의 마지막 모습에서 자신이 소위 현대판 고려장을 당했음을 감지했지만 받아들이기까지는 힘이 든다. 지화자 할매에게는 시치미를 떼고 아들찾아 수소문하는 짧은 여정에 오른다.
자기 아들 찾는 것이 급선무인데 오지랖넓게 동네 이일 저일에 끼어드는 할매에게서 지화자 할매도 눈치를 채게 되고, 박복녀 할매의 아픈 곳과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훈훈하게 그녀를 식구로 받아들이려 아들이 찾으러 올 때까지 자기 집에 머무르라고 한다.

나는 이 작품이 요즘과 같은 세태 속에서 깊이 생각해 봄직한 문제를 지루하지 않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마음에 든다.
꼰대 어르신들 입장에서 하는 '우리가 이러저러하게 너희들을 정성들여 키워줬으니 이제 은혜를 갚아라' 논리의 훈계가 아니라.
뭐랄까 젊어 고생하시고 이제 늙어 힘없어진 그 분들을 잘 받들어 모시고 호강시켜드리지는 못할지언정 마음아프게 하지는 말자는 메시지를 애둘러 전하면서도 매우 확실하게 각인시켜주어서.
안그래도 자식들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아하는 어르신들이라면 공경까지는 못하더라도 여생을 비참하게 살도록 깽판치는 불효자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현대판 고려장'을 주제로 박복녀 할매를 취재하고자 전화를 걸어온 '그것이 알고싶습니다(?)' PD에게 호통치던 지화자 할매의 대사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문제를 해결해 줄 것도 아니면서 불쌍한 사람을 왜 괴롭히려 하는가. 방송 한 번 해서 사람들의 화제거리로 만들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시는 연락하지 마라. 보는 사람들에게 별 딱한 사정에 처한 사람도 있구나 하는 한낱 구경거리로, 위안거리로 제공해주려고?' 대강 이런 요지였던듯.

오미영 작가-조선형 음악감독의 조합을 기억해 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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