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인 파리(2011)_자신의 어리석음은 더 어리석은 사람을 만나 답답함을 느껴봐야... ── 영화

2012.8.17.금. 메가박스 코엑스
 
 
우디앨런...난 개인적으로 사생활 측면에서 정형성을 벗어난(?)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가진 편이다. 사람 잘못 볼 수도 있고, 최선을 다해도 바로잡을 수 없는 문제들도 있는거지만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문제를 일으킨다던지, 특히 오버랩은 용납 못함.

남의 눈에 피눈물 내면서까지 사랑 그게 뭐라고. 어쩌면 너무 요란한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사실 우디앨런의 부인이었던 미아페로라는 분 자체도 멀쩡한 와이프와 자식이 있는 남자를 여럿 갈아치웠긴 한데, 그래서 입양한 순이로 인해 그런 봉변(?)을 겪는 게 인과응보라는 소리가 아니라...
사실 내 생각엔 유년 시절부터 눈독들이고 있던 프랭크 시나트라같은 나이 많은 남자들 잘못이 크다. 앞길 창창한 어린 여자 인생을 망친 거나 다름없다. 

어쩌면 순이라는 여자도 우디앨런의 희생양이다. 정말 뭐가 뭔지 모를 나이에 다른 여자(더구나 자기를 시궁창에서 건져준 어머니)에 대한 배신인지 뭔지 천지분간 못할 때부터 우디앨런의 세뇌를 받은 결과물이라는 미국식 의견에 공감 한 표.
(한국식 의견은 순이가 죽일 뇬-_-) 
언제나 더 성숙한 사람이, 상처를 줄만 한 이들이 많이 딸려 있는 사람일수록 그쪽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말하지만, 또 법정공방을 통해서도 다 드러났듯이 우디앨런은 소아(?) 유아(?) 변태성욕자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이 참으로 완벽한 것도 사실이다.
어느 한 구석 나무랄 곳이 없다.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에 대해서 반박할 만한 부분이 없게끔 얄밉게 잘 만든다. 절대 가볍지는 않은, 복잡한 심경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생각할수록 웃기고 감독의 의도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문도 남지 않는다. 
"내가 뭘 만들었는지 맞춰봐~" 놀리는 듯 알아먹기 힘든 난해하고 불분명한 메시지가 아닌 깔끔 명료한 무언가가 뒷통수를 때린다.

확실히 천재이거나, 아니면 무섭도록 자기 성찰이 잘 되어 있는 사람이거나, 인간을 잘 관찰하고 꿰뚫어보는 사람이랄까.
남들이 하지 않는 행동으로 욕을 하도 많이 먹고 그 만큼 마음고생도 했기에 영화를 통해 이런 깨달음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인가. 바닥까지 내려가 본 사람이라서 그 영화가 설득력있게 다가오는 것인지 헷갈린다. 

나야 미아페로도 아닌 순이도 아닌 제3자일 뿐이므로 영화는 그냥 즐겁게 볼테다.

문학적인 사람들에 대한 나의 평소 이미지를 그대로!
사실 내가 사회 생활을 하면서 트러블을 좀 겪었던 부류의 사람들이 공교롭게도 '문예창작' 그 쪽을 전공하거나 그쪽에 대한 로망을 가진 사람들이었는데,
국문학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문학작품을 발단-전개-절정-결말 따위로 논리적으로 분석을 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고...
이 '문창'이라는 거는 '감'을 중시하는 것 같다. 그들의 하는 모양에 따르면 절대 자신을 채찍질하고 배워서 되는 게 아님. 어느 날 꿈속에서 누가 읊어주는 걸 받아적을 기세랄까.
문학의 장르에 따라서도 다른 게 소설같은 긴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나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도 수준을 맞춰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정도같은데, (추구하는 분위기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시'를 위주로 하는 사람들과는 완전 평행선이다. 극과 극이 아닌 평행선.
그러다 보니 나처럼 엔지니어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 눈에는 그저 뜬구름 잡는 거 처럼 보이고, 느긋하고 게을러 보이고, 늘 함축된 얘기들만 툭툭 던지는 걸 듣고 있노라니 생각의 과정을 모르겠어서 변덕스러워 보이고 논리적이지 않아 보이고, 
그 인간을 생각하면 뭔가 안개로 꽉찬 도로를 운전할 때처럼 답답하고 불안해진다. 현실 불만족자나 현실 부적응자 낙인을 찍어버리고 싶은 욕구가 샘솟게 하는 사람들.

길(오웬 윌슨)이 딱 그렇다. 그리고 이네즈(레이첼 막아덤스)의 불만도 딱 그런 거다.
길이라는 인물은 돈 많아 보이는 다른 남자 앞에서 주눅이 든 나머지 틈만 나면 깎아 내리려 하고, 보편적 다수를 상대해야 하는 미술 가이드나 레코드 점원에게 자기가 알고 있는 심오한 지식을 늘어놓으며 잰 척하기 바쁘다.

첫 작품을 그것도 헐리우드에서 꾀나 성공시킨 시나리오 작가인데 가만 보면 두번째 작품은 시원치 않은가 보다. 
길에게만 과거 세계가 보이는 것은 그가 예술이 제대로 되지 않고, 게다가 자기가 진정으로 쓰고픈 글을 두번째 작품으로 내놓으면 역풍을 맞을 것만 같은 심정...그런 현실에 불만을 품은 나머지 도피하고픈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920년대 파리가 좋다고? 그 때 살아보지도 않았으면서.
그런데 1920년에서 아드리아나(마리옹 꼬띠아르)와 그보다 더 과거의 벨 에포크 시대로 갔을 때, 그녀가 자긴 그곳에 머물고 싶다는 반응을 보인다. 패션을 배우러 파리로 유학을 와서 기껏 피카소와 헤밍웨이 또 기타 등등 여러 남자들이 하는 예술의 뮤즈 노릇이나 하고 있던(비록 그것이 어떤 여자들에겐 로망일지라도!) 1920년대가 본인이 예쁘고 화려한 옷을 입고 지내는 것과는 별개로 시궁창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 때 길은 당황해 하며 아드리아나에게 이네즈가 했던 지적질을 똑같이 한다.
과거이기 때문에 아름답게 보일 뿐이라고.
하핫핫핫핳. 자신의 부족함과 어리석음은 똑같은 사람을 만나서 당해봐야 안다더니. 

"If you stay here, it becomes your present then pretty soon you will start imaging another time was really your golden time. That's what the present is. It's a little unsatisfying because life is so a little unsatisfying." <- 진지하고 맞는 말인데, 가장 웃긴 길의 대사.

헤밍웨이, 달리, 피카소, 고갱 등등 옛 시절의 갖은 유명예술인들이 다 나오는데 내가 예술에 조예가 깊지 못해서 ㅠㅠ 아마도 관련 지식이 있다면 더 많이 웃고 느낄 수 있었을 거라 생각된다. 그리고 과거를 묘사한 장면들은 화려한 캐스팅부터 볼거리가 풍부하고 그 속에 많은 영화적 재미 요소들이 무지 많이 숨겨져 있을 거라 추측되지만 그걸 세세히 알아야만 우디 앨런의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영화 한편을 세세하게 파고들어보고 싶게 만드는 팬심을 자극하는 트릭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

자기 자신의 취향을 좀 잘 알고 실천하자
주제와 분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인데.
이네즈는 결국 길에게 부족하다고 느꼈던 사회에 대한 적응능력(?)을 갖춘, 돈 많고 현실감각이 뛰어난 폴(마이클 쉰)과 바람이 나서 약혼을 파토내기에 이른다.
길 역시 과거 세상에서는 현실감각 좀 떨어지는 ㅋㅋ 사랑의 감정 하나로(비록 그것이 언제 변할지 모르지만) 아무 계산없이 온몸을 잘도 내던지는 백치형의 여자인 아드리아나를 겁도 없이(과격한 상남자중의 상남자인 헤밍웨이가 무섭지도 않았나봐) 꼬셔내기도 하고, 현실로 돌아와서는 예쁜데 수수하게! 예쁜 레코드점 아가씨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함.
이네즈의 부모님은 딸이 파혼을 하는데도 찌질한 그 녀석 마음에 안들었다고 성에 안찼었다고 차라리 잘됐다고 하는 좀 대단하신 분들.

이네즈는 자기가 소프트웨어를 중시하는 사람인지, 하드웨어를 중시하는 사람인지 주제파악을 잘 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애초에 길을 선택하지도 않았을 듯.
길 역시 마찬가지다.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여자를 찾았어야지. 예쁘면서 약지는 못한 그런 여자를.

마지막으로, 우디 앨런 놀랍다. 화려한 특수효과같은 거 없이 이렇게 감쪽같은 SF영화를 만들다니.
'동감' 이후로 이렇게 소박하고 기발한 SF 영화는 오랜만이다.

그리고 진리의 마리옹 꼬띠아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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