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_더러운 인간으로부터 자기를 해방시켜주었다는 고마움, 하지만 그 더러운 인간의 아들이라는 꺼림찍함. ── 영화














2009.11.21. 서울극장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교훈을 주는 작품으로 텔미썸딩, 친절한 금자씨...그리고 백야행을 꼽는다.
그리고 이런 종류는 어떠한 외국영화들 보다도 우리 나라 감독들이 잘 만드는 것 같다.
모두가 여성을 성적 약자라는 측면에서 보았다.

일단 백야행에서는 자기 의사와 전혀 관계없이 성폭행을 당함 + 인간에게 최후의 보루라 여겨지는 부모로부터의 배신...이걸로서 더이상 추락할 수 없을 곳까지 바닥에 다다른 한 여자가 나온다.
여자가 이런 상황에 처해지면 그 허허함을 무엇으로도 채울 수가 없음을 이 작품은 극명하게 보여준다. 부도, 명예도, 헌신적인 사랑도...세상의 그 어떤 좋은 것도 그녀 안의 내재된 분노를 잠재울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여자 함부로 건들지 말아야 함. 

꼬리에 꼬리를 무는 죄와 벌의 사슬
죄는 요한(고수)의 아버지로부터 출발한다. 소아기호증 변태성욕이 어째서 생기게 된 것인지에서 출발하려면 복잡하니깐.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미호(손예진)의 어머니에게 딸을 주면 돈을 주겠다고 해서 자기 욕심을 채운다. 물론 미호의 어머니도 천륜을 거스르는 범죄를 저지른다.

아버지의 범죄 현장을 발견한 요한이 아버지를 죽인다. 요한이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느낀 미호는 당황하는 요한이를 달래며 자신이 모든 것을 처리한다고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조차 잊으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형사(한석규)로부터 요한의 아버지 내연녀이자 살인 용의자로 의심받던 어머니를 죽인다.

요한과 미호는 모두 부모의 죄를 자식으로서 응징한다.

여기서 요한이 입장에서는 한 가닥 빛줄기가 있다. 아버지를 죽인 첫번째 범죄 이후 아들이 미호로 인해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사실을 알면서도 요한이를 감싸는 어머니(차화연)다.

이 과정에서 진실을 파헤치다 아들을 잃는 형사와 딸을 입양해 금지옥엽으로 키운 미호의 양어머니는 뭐냐. 게다가 미호는 연쇄살인의 희생자들의 시체를 양어머니의 집 마당에 파묻어 어머니를 깜짝 놀래키기에 이르고.
무고한 희생자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배은망덕의 희생자도 발생한 셈이다.

형사의 아들 부분은 요한을 구속하겠다는 욕심과 고집이기 보다는 그를 바로잡아 개과천선 하길 바라는 형사의 모습과도 이어진다. 자신의 아들이 아버지 때문에 어린 나이에 피어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죄책감.
요한은 평범하지 않은 나쁜 아버지에 의해 인생을 살고 싶은 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망쳤다. 형사의 아들은 비록 정의의 이름으로라지만 역시 아버지로 인해 희생되었다는 점에서.

요한이는 아버지를 죽인 죄값을 치르지 않은 대가를 미호로부터 톡톡히 치른다. 미호가 세상을 사람답게 살아나가기까지 부딪히는 무수한 걸림돌들을 직접 제거하고 갖은 계략을 꾸미는 것에 동참한다. 이제는 자의인지 타의인지도 모르게...
공소시효가 지나고 어느 만큼의 목적을 이루면 우리 둘이 함께 하자는 미호의 사탕발림(?)만을 한 줄기 빛으로 삼아서 말이다.

미호는 요한이를 살인자로 만들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받아낸다. 같은 여자 입장에서 보기에 미호의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할 것같다. 더러운 인간으로부터 자기를 해방시켜주었다는 고마움, 하지만 그 더러운 인간의 아들이라는 꺼림찍함. 
자신을 위해 인간으로서의 한계에 도전하는 살인을 마다하는 희생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땠을까. 고소함이었을까?
미호가 정말로 요한이와의 앞날을 꿈꿨는지는 며느리도 모를 일이다.

요한이는 아버지가 저지른 죄악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미호에 대한 사랑인지 마음의 빚인지 모를 감정으로 그녀에게 얽혀 돌아간다.
그러나 미호는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절망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가속도를 줄이지 못하는 운동체처럼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그 과정에서 요한이는 하나의 수단 정도로 생각될 뿐이었던 듯. 사람 취급도 아닌 물건 취급.

미술선생님으로 나름 출세한 미호는 한 학생의 부자 아버지(박성웅)를 홀려 사업을 일으키고 후처로 들어앉기에 이르는데 이 과정에서 의심을 품은 비서(이민정)도 요한에게 죽임을 당해 미호의 양어머니 집 앞마당에 묻히고, 미호와 아버지의 사이를 반대하던 박성웅의 딸도 요한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비서님은 그냥 자기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인 무고한 희생자이고 의붓 따님은 여자 보는 눈이 없는 아버지를 잘못 둔 죄인건가. ㅠㅜ

구원자 코스프레를 하기 위해 절망의 늪에 빠뜨리는 수법
미호가 요한에게 의붓딸을 성폭행 해줄 것을 사주하고, 요한이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실의에 잠긴 그녀를 찾아가 또다시 마치 레즈비언이 된 듯 성적인 제스쳐를 취하는 장면에 대해서 함께 영화를 본 친구가 이해가 안간다고 했다. 자기는 그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그 당시에는 하고 많은 장면 중에 왜 그 장면이 기억에 남는 것이냐고 친구를 타박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니 나 역시 그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_-

내 생각엔 그 장면은 미호가 레즈비언 마인드로 그런 일을 벌인 것이 아니라, 정말로 같은 여자로서 어머니의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한 것 같다. 자신이 그런 종류의 상처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달래어 주고...너가 원치 않은 남자에게 당한 것을 내가 씻겨내 주겠다는 그런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랄까?
그 이후 미호와 의붓딸이 급속도로 친해진 것에서 보면.

어쨋든 그런 계기를 만들기 위해 의붓딸을 최악의 상황에 빠뜨린 미호이다.
그건 자신의 진심을 의심하는 똑똑한 비즈니스맨인 박성웅의 믿음을 얻기 위해 그와 본인 자신을 자동차 사고를 위장해서까지 사지로 내몬 수법과 일치한다. 

그건 마치 세상에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자신을 구원해 준 요한이를 위해서 어머니를 죽이고 어린 시절 살인자의 딸이라는 이유로 갖은 고초를 감수했던 자신에 비추어...
살인자로 살아가지 않게 해준 대가로 자신을 위해 어떤 것도 감수하는 요한에 비추어...
그런 절망의 상황에서 구해주면 누구도 갈라 놓기 힘든 믿음이 싹튼다는 계산에서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어떤 사람을 구해주는 코스프레를 하기 위해 일부러 역경에 빠뜨리는 거...들키면 그 관계에는 누구도 다시 붙여놓을 수 없는 금이 생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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