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_'사랑방손님과 어머니'의 투병일기 버전, 환우와 환우 가족의 애환과 부성애를 다룸 ── 책

가시고기/조창인/밝은세상/2000.1

백혈병에 걸린 어린아이 다움이와 더이상 헌신적일 수가 없는 다움이 아빠의 이야기.
백혈병이라는 게 어렸을 때 또는 스물 갓 넘은 나이에 발병이 되는 걸로 알고 있다. 돈이 무지 많이 드는 병이고 희망을 앗아가는 병이지만 자신에게 맞는 골수만 찾으면 씻은 듯이 나을 수도 있는 그런 병.

다움이는 아들의 병마와 싸우느라 빈털털이가 된 아빠를 위해 빨리 죽고 싶지만, 자기가 죽어버린 뒤의 아빠가 또 너무나 걱정이 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철든 아이이다.
단지 하룻밤이 그 누구에겐 전 생애보다 길 수 있다는 말을 온몸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암환자와 같은 사지에서 죽음과 싸우는 환자들이 아닐까. 아직 세상을 살아 보지도 못하고 암에 걸린 아이들이 안됐다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고.
또 한가지 실제로 소설처럼 환자를 돌보다 몸이 망가져 더 먼저 하늘 나라로 가는 보호자들도 꾀 있다. 아님 병원비를 감당 못해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난 소설이라는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워낙에 실용주의자라서 그런가.
현실에 더 소설같은 이야기들이 많은데 굳이 찾아서까지 보고 시간을 소모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읽어 본 소설이란 초등학교 때 어린이용으로 각색한 세계명작소설이 전부고 대학교 때 베스트셀러로 읽지 않고는 대화조차 힘들었던 가시고기, 아버지 류의 췌루성 작품들이 다인 듯 싶다.

이 책은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데 췌루성 이야기를 어린 아이의 천진한 시각으로 밝고 위트있게 묘사해서 거부감없이 읽을 수 있었고, 감동은 배가 되었다. '사랑방손님과 어머니'의 투병일기 버전이랄까. 원래 아주 슬픈 얘기를 담담하게 하는 사람이 짠한 감정을 더 불러일으키지 않나.

알고보니 조창인 작가가 여성 월간지 쪽의 기자였다고 한다. 기자 출신 작가들의 작품은 뜬구름 잡는다는 느낌도 별로 안들고 문체나 흐름이 뭔가 자극적인 특징이 있는 것 같다. 글쟁이들의 최고 가치로 여겨지는 '쉽게 잘 쓴 글'들을 기자 출신의 작가들이 잘 만들어내는 것 같다. 소재도 적절하게 잘 들고 나온다. '가시고기'의 경우 환우와 환우 가족을 조명하고 '부성애'라는 소재를 배합해 아버지로서의 남자에게 주목하게 만든 사회적 가치도 큰 작품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완소 정보석님과 유승호를 주인공으로 영화로까지 제작되었다.

2000년대 초의 '부성애' 화두는 흔치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직까지 자식 사랑은 어머니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던 때이고 아버지는 가부장적이고 근엄한 이미지로 여겨지던 때. 사실 내 생각에도 어머니의 부재 시 아버지는 물질적 지주 역할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자식의 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해내긴 쉽지 않은 것 같다...현실적으로 그런 남자가 되기는 참으로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 오죽 흔치 않으면 그런 아버지가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가끔 나올까.

다움이 아버지는 단순히 아픈 아들을 위해 헌신적인 아버지일뿐만 아니라.
아들이 반드시 성인으로 성장할 거란 희망을 잃지 않고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이 될 수 있는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아버지였다. 안그래도 바쁘고 힘든 남자들이겠지만 이런 '아버지상'은 연습을 좀 하면 좋겠다.

"공부는 중요한 게 아니란다. 살아가는 걸 열이라고 한다면 그 중 하나쯤 밖에 안되는 것이 공부지"
아빠한테 묻고 싶어요. 살아가는 것에 필요한 나머지 아홉은 무엇이냐고요. 하지만 마음먹은대로 물을 수는 없답니다. 왠지 아빠 자신도 자세히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떄문입니다. 만일 아빠가 살아가는 것에 필요한 나머지 부분도 모조리 알고 있다면, 지금처럼 쓸쓸하고 힘없는 모습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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