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카고_록시하트 박은혜 님(아이비)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란, 고급스러운 섹시함과 재치로 가득찬 무대 ── 공연/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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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5일 토요일
디큐브아트센터 1층 B구역 VIP석
벨마캘리 최정원, 록시하트 박은혜(아이비), 빌리 남경주

절제된 무대 구조, 깨알같은 재치있는 연출
박칼린 지휘 + 약간의 연기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박칼린 감독이 원곡의 번역과 개사를 했다니, 그녀가 재치와 유머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입에 착 달라붙게 잘 다듬어진 것 같다.
주로 브라스로 구성된 재즈 밴드도 멋진 연주를 보여주었다. 박칼린의 폭넓은 능력에 다시 한 번 감탄.

나뿐만 아니라 주위 관객들 모두가 시종일관 즐거워했고 재치있는 흐름으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간지 모르겠다.
최근에 본 대형 뮤지컬 중에 온 시간을 통틀어 지루한 시간이 가장 적었던 작품이다. 그건 이 작품의 스토리라인이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깨알같은 잔재미들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게 바로 뮤지컬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나라 창작 뮤지컬 중에는 무대 셋트나 의상, 장치 및 조명 등 효과로 눈요기 거리를 주지만 왠지 음악적 재미가 떨어지고 스토리를 가사로 전달하기 급급한 노래들을 배우가 가만히 서서 부르며 전달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냥 대사에 멜로디를 붙인 연극 수준이라는 생각을 하고 돌아오곤 했던 작품이 많았어서 그런가.


단순한 실루엣(?)의 의상

이 작품은 여배우들이 거의 벗고 나온다. 의상이 시스루 아님 가터벨트도 등장하는 속옷 스타일의, 그것도 아님 하의실종인 섹시코드인데. 의상 코드가 아주 단순하고 야하면서도 고급스럽게 야해서 볼쌍사납지가 않았고, 오히려 귀여워 보이기 까지 하다.
배우들의 춤도 굉장히 고급스럽고 노래도 기본기가 탄탄했으며,
뮤지컬의 매력이라고 생각되는 '코러스'가 특히 돋보이는 곡들과 여럿이 합을 맞추는 안무가 많아서인지 볼거리가 풍부했다.

오히려 무대는 중앙에 밴드가 위치하고 등장하는 거의 모든 배우들이 무대위에서 나란히 앉아 대기하는.
그리고 무대 사이드에 설치된 사다리를 배우들의 개인기로 십분 활용하는,
배우들의 역량에 크게 의존한 단순하면서도 독특한 구조.
조명도 그리 현란하지 않았지만 무대에 약간의 전환이 있는 순간에 관객들 눈이 부시도록 비추는 강렬한 조명, 그래서 눈을 감게 한 다음 무대 분위기가 살짝 변해있는...그런 소소하면서도 기발한 연출이 참 좋게 보였다.

 

스토리야 뭐 길게 소개할 것도 없다만,
여자 살인자들이 '누가누가 살인을 더 잘했나' 싶을 정도로 살인을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아이템으로 삼아 살인자가 차례로 스타덤에 오르고
세상이 늘 그렇든 극중에서 처음 스타덤에 올랐던 벨마켈리가 록시하트에 밀려나고, 록시하트도 재벌 상속녀인데다가 4명을 총으로 쏘아 죽인 새로운 살인녀(?)에게 밀려나고...그 과정에서 서로를 질시하며 스포트라이트를 갈구하는.
그 와중에 빌리라는 유능한(?) 변호사가 진실따윈 상관않고 재판에서 이길 수 있도록 정황을 날조하고 배심원과 대중을 눈속임하며 무죄를 얻어내명 장땡, 그 과정에서 돈을 벌면 장땡이라고 합리화 하는 행태.
더 충격적이고 더 자극적인 살인범의 휴먼스토리를 쫓아 선동하며 동정심을 유발하는 데 한 몫 하는 언론.
이런 사회 구조적인 모순을 재미있게 풍자까지 하니 이 작품이 오래도록 사랑을 받는 것 같다.

6명의 여자 살인범들이 각자의 스토리를 소개하는 장면.
하나같이 남편의 바람 내지는 바람피웠다는 의심을 받아 순간 뚜껑이 열리고 자기도 모르게 살인. 믿음에 배신을 당했기에, 남자들이 꽃다운 나를 짓밟았기에 죽어도 싸다는 살인의 합리화. 아 그건 그래....라며 나역시 설득되는 ㅋㅋ 솔직히 그건 그렇잖아.
"죽어도 싸지! 죽어도 싸지! 스스로 무덤 판거야~" 강하게 주장하듯 외치는 톤으로 노래하기도 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듯 코러스로 반복되는 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ㅋㅋ
아주 무시무시한 살인의 경험을 고백하면서도 하나같이 능청스러운 표정들. 그게 어쩐지 귀여움까지 유발한다(?). 사람을 죽이긴 했고 잘못인 줄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누구라도 그랬을 거라는 천진난만함이...엥? 아마도 예~쁜 여자들이기 때문에 그럴 것 같다.


배우들...

최정원 님 완전 짱.
사람들이 최정원! 최정원!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녀는 대체 불가능한 배우다. 그녀가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고 했을 때 뮤지컬계가 마음 졸였을거 같다. ㅋㅋ
다른 뮤지컬 배우 중에도 춤과 노래를 수준급으로 하는 사람은 많지만 대사를 맛깔스럽게 하는 배우는 언뜻 잘 생각이 나지 않는데. 짧은 커트머리로 하의실종 옷을 입고 남아아이처럼 춤추고 대사하고 노래하는 모습이 너무 귀염귀염하심.
애드립인지 뭔지. 쉬는 시간 끝나고 역할에 몰입한 채로 사다리에 매달려서 노련한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들 내려다 보듯이 관객들에게 "잘 쉬다 왔어? 안가고 다들 돌아왔네, 고마워"이러시기도 하고 대사 중간에 "시카고는 어디? 신!도!림!" 이러시기도 하고. 모두들 빵터졌음. 


박은혜 님. 가수 아이비.
완전 기대 이상이었다. 진짜 깜짝 놀랐다는. 록시하트에 빙의된 듯 했다.
 여태껏 본 연예인 캐스트 중에 단연 최고다. 참고로 그전까진 잭더리퍼의 안재욱 님.
노래도 불안함이 전혀 없었고 표정, 몸짓, 춤 전부 다 괜찮았다. 목소리가 맑음에도 힘이 있어서 대사 전달력도 좋았고 가창력이 이정도였나 싶을 정도로 잘했다. 뭐니뭐니해도 워낙에 사랑스러운 얼굴과 쭉 빠진 길고 가는 다리, 여리여리한 글래머러스한 몸매로 앙큼하면서도 백치미가 있는 록시하트를 표현했다.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록시가 어깨를 들썩거리며 애교를 부리고 신기한 눈으로 멋진 외간 남자들에게 마음을 뺏길 때(?) 아 저렇게 사랑스러우면 존재가 셀로판인 정비공 남편이 그랬듯이 바람피우는 것도 그저 다 용서가 될꺼야 싶을 정도로 마냥 예뻐보였던. 가수일 때는 예쁘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록시하트 역할을 가수 아이비가 이렇게 잘 해낼 줄이야.
대배우 최정원님도 박은혜 님과 호흡이 죽이 잘 맞아서 흡족해 하는 듯 하다는 느낌은 내 기분 탓인가. 뭔가 기특해 하고 친애하는 게 느껴지는데. 모두가 그렇겠지만 스탭 하나하나 얼마나 열심히 했을꼬 ㅋㅋ


남경주 님은 유명한 토크쇼 진행자 자니윤님을 보는 것과 같은. 대사 전달이 정말 훌륭하다. 심지어 복화술을 하는데도 대사가 귀에 쏙쏙 들어와. 대배우의 연륜이 느껴진다 ㅋㅋ
이밖에도 모든 배우들의 기본기가 충만하다.


디큐브아트센터
공연장이 7층인데 백화점도 있고 호텔도 있어서 유동인구가 꾀 많은 편이라 서둘러 가야한다. 나도 이 날 간당간당하게 도착했다.
에휴 용인까지 예식장에 다녀와서 피곤피곤해서 집에 잠시 토막잠이 들었다가 어휴 비싼 돈 날리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으면 평소에 진상진상하던 진상관객이 되는가 했더니 다행이 간당간당 입장할 수 있었다.
VIP석 멀지 않은 곳 정중앙에서는 아주 훌륭하게 봤는데 다른 자리는 어떨지 모르겠다. 좌석 구조는 괜찮은 편이었다. 앞사람이 아무리 등치가 커도 머리에 걸려서 무대가 안보이지도 않고, 난 나름 만족했다. 그런데 음향이나 울림이 좋지 않다면 먼 객석에서는 별로였을 수도 있으니. 일단 VIP는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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