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원익 저/위즈덤하우스/2005
이 책의 저자인 조원익 님은 엘지생활건강에서 마케터로 수십년간 재직하다가 피죤, 에스콰이아 대표이사를 역임한 후 은퇴하신 분으로 알려져 있다. 필드형 인재의 책이다.
"실패는 두려워해서도 안되지만 미화해서도 안된다"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넘어지지 않을 만큼 철저히 조사하고 준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소비자는 한 번 속지 두 번은 속지 않는다. 소비자는 생각보다 현명하다."
마케팅 분야는 물론이고 모든 업무분야에는 크게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유비무환', '시뮬레이션 중시' 이런 단어와 어울리는 부류,
'직감', '불도저', '일단 저지르고 보자' 이런 말들과 어울리는 사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으로 보자면 우선은 구슬 서 말을 제대로 모아야 한다는 파와
잘 꿰기 시작한다는 소문이 돌면 구슬이 저절로 모아진다는 파가 있다고 보면 맞을 듯.
물론 둘의 조화가 중요하지만 이상하게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사람이 많아 보이는 건 착시 현상일까.
나 역시 전자 쪽에 속하는 '구슬파'이지만 현실에서는 '타이밍'이란 것이 있기 때문에 마냥 모든 조건을 갖출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균형을 잡기란 늘 어렵다.
조원익 님의 책 내용으로만 보면 그 분 역시 필드에서 쓸만한 구슬을 제대로 준비하는 것을 중시하는 편이었던 것 같다. 또한 상대적으로 크고 선진화된 조직에 몸담으셨던 분이다보니 자신의 업무철학을 실행에 옮기기도 적합한 환경이 주어졌을 터.
그런 신중함은 소비자에 대한 공경에서 나온다. '한 번 밖에' 안속으니 얼마나 얼마나 잘보여야 겠나.
실제로 현실에서 '막무가내 불도저' 쪽으로 기우는 사람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업신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찔러보고 아님말고~ 낚을 사람 몇 명만 낚고~ 이런 식이니 처음 운좋게 대박을 쳐도 여러 번은 속지 않는 소비자에게 언젠가 외면을 받게 된다.
아니, 첫 출시한 야심작이 먹히지도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나는 이 책이 솔직히 국내 마케팅사의 브랜드 구축 실패 사례들이 깔끔하게 나열된 자료집 같은 것이길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자의 자존심이란 편집의 묘를 포기할 수 없게 하겠지.
마케팅에 대한 기본적인 용어나 지식도 담겨 있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저자만의 가르침과 함께 실패 사례들이 흥미롭게 녹아들어 있다. 이 책 한 권 읽어두면 초짜라 해도 어디 마케터들 모임 같은 곳에 가서 상대방이 하는 말을 못알아들어 곤혹을 치를 일은 없을 것 같다.
실패는 예상할 수 없었던 요인 때문에 빚어지는 경우가 의외로 드물다. 천재지변 이외에는.
아주 기본적인 것을 놓쳤을 때 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실패한 사람은 '이거 조짐이 안좋은데'라는 감을 어느 대목에선가 느꼈을 것이다. 애써 외면했을 뿐이지.
조화로운 '신의 한수'는 운빨이 아니라는 건 경력이 미천한 나도 실감하는 바이다.
마케팅 성공 요인
소비자 욕구 충족
제품 기술 우월
성장 잠재력 충분
기존 자사의 강점과 조화
경쟁 강도가 낮음
효과적 제품 개발 조직을 지님
최고경영자의 지원
신제품 개발 부서간 원활한 의사 소통
마케팅 실패 요인
차별화된 효익을 제공하지 못했다
표적 시장 선정 실패
잘못된 포지셔닝
광고, 판촉, 유통지원 부족
기술개발 진부화
출시 시기 실패
수요 예측 실패
불충분한 소통
이 책에서 꼽은 실패의 이유들을 몇 가지 정리해 둔다.
- 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경우.
트렌드는 장기적 변동, 경향의 움직임 즉 대세의 변화를 의미한다.
일시적인 유행과는 다른 본질적인 측면의 '그 무엇'이다.
유행은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지만 트렌드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는 좀 더 무겁다. 타인의 시선보다는 내 필요에 의해 움직이는 마음의 변화들, 한 사람의 마음뿐 아니라 두 사람 세사람 늘어가다 보면 어느샌가 모두들 갖게 되는 생각들. 보다 장기적이고, 사회전반을 반영하면서 다방면에 걸쳐 동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확장적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관찰력과 직관력 없이 트렌드를 제대로 읽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관찰력과 직관력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운 거다. 하지만 관찰력과 직관력이라는 것도 샤머니즘 같은 것에 기대는 운빨이 절대 아니다. 피나는 노력과 경험으로 얻을 수 있는 거다.
- 타킷 소비자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함.
저자가 파악한 한국 소비자의 특징은 2005년에 기술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어느 정도 들어맞는다. 지금 시점에서 몇 가지 눈에 띄게 달라진 면도 있긴 하다.
일단 흰색에서 벗어나 '컬러풀'한 것들의 매력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듯 하다는 것과 가격대 성능비를 상징하는 '가성비', 품질이 뛰어나면서도 생산성을 확보해 가격을 낮춘 '중저가', '메스티지 명품' 등의 키워드가 새로운 특징으로 떠올랐다고 본다.
저자는 굉장히 좋게 포장해서 말했지만 요즘 유행하는 대로 풀어보면 우리 나라 소비자들은 까다로운 <쇼핑왕 루이>같이 뭔가 알면서 상품을 간택하는 부류가 있는 한편 그저 '관심병(애정결핍)'에 시달리는 남의 이목을 끌만한 것이라면 우선당장 분수에 넘치더라도 지르고 보는 부류가 있는 것 같다.
현명한 소비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소비자들의 '눈먼 돈'도 분명 존재한다. 아직까지는.
한국 소비자의 특징(2005년 ver.)
모바일, 인터넷 친화적이고
품격과 멋을 중시한다
일반적으로 대형을 선호하며
감각적 쇼핑을 선호한다.
세계 어느 나라의 소비자보다 까다롭고 독특하다.
어느 면에서는 과시욕도 있다. SNS 등에 올려 자랑하고 정보를 공유하기를 좋아한다.
신제품, 즉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흰색을 유독 좋아한다.
시장은 '저가-고가'로 양분되어 있는 편이다.
- 브랜드네이밍을 잘못함
브랜드네이밍 제작 순서(되도록 지키는 것이 좋다고)
제품 특징, 소비자, 경쟁사 분석
제품 콘셉트 결정
네이밍 요소 추출
네이밍 대안 작성
검토 및 평가
상표등록 조사
확정
등록출원
*사전 고려사항 : 의미성, 국제성, 독해성, 기억성, 식별성, 소리의 인상, 발음용이성, 스펠링 이미지, 창의성
- 돌발상황에 대처하지 못함
출시 이후 크게 성공했을 때 따르는 문제들도 허다하다. 경쟁사들의 집요한 견제, 'me to' 상품의 등장 같은 것을 미리 생각하고 대응해야 한다.
경쟁자가 공격적으로 나올 때 우왕좌왕해서 성공 후 실패 수순을 밟게 된 경우도 많다.
- 브랜드 확장을 신중히(그러나 적극적으로) 했어야 하는데 타이밍이 좋지 않았을 경우
올바른 브랜드 확장 전략
모브랜드가 강할 때(쇠퇴기가 아닌 성장기일 때)
유사성이 높을 때
기술적으로 적합할 때(기술전이성이 높을 경우)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일 경우
상징적 콘셉트를 지닌 브랜드일 경우(기능적인 것과 무관한)
- 위기에 봉착했을 때 꼼수를 써서 망한 경우
가장 좋은 위기 관리법은 "정면돌파"와 "솔직함"이다.
어설프게 봉합하려는 태도가 더욱 문제가 된다. 일단 '문제'로 대중들에게 각인이 되면 두루뭉술하게 대응해서는 안된다. 사태의 A부터 Z까지 세세하게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겠다는 각오로 성의있게 대응해야 한다. 무조건 '괜찮다' 식도 안되고, 무조건 '잘못했다' 굽히고 들어갈 필요도 없다.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이 있었을 때 두산은 적극적으로 사과하고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 때 하이트가 두산을 역전했다.
여담인데 최근의 갤럭시7 조기단종 사태 역시도 마케팅의 실패 사례라 보여진다. 기술적 문제만에을 탓할 수 없는, 마케팅상의 실수가 결합된 위기초래 사태.
기술적 결함은 시간을 두면 보완할 수 있는 문제다. 자신없는 부분은 배제하고 가면 된다. 분명 마케터의 판단착오와 조바심이 작용했을 거다. 그게 아니라면 마케터가 제대로 판단했는데 그것이 먹히지 않았거나? 내가 알기로 삼성전자 최고경영진들은 전부 기술전문가들이다. 기술전문가는 마케팅적 관점을 갖기 힘들고 마케팅전문가는 기술을 이해하기 힘들어 따로 노는 경향이 있긴 한데 여기에서 어떤 판단착오가 발생한 건 아닐지.
삼성에는 세계 최고의 마케팅 전문가들이 있을테고,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기술전문가는 드러나지 않게 일을 해야 하는 거고, 이 사태를 전면적으로 좋거나 혹은 나쁘게 수습하는 것은 결국 마케터의 힘과 몫일 거다.
이 책을 보니 더더욱 모든 기업에게 이 정도 위기는 닥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성공으로 기록될지, 실패로 기록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른 시점이라고 본다. 되도록 전화위복을 기원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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