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백오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조금만 쟁여놓아도 하루이틀이면 금방 무르고 뭔가 물기가 많은 것 같아서 별로다. 그걸로 만든 오이소박이나 오이지 같은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취청오이라고 하는 걸 더 좋아한다. 냉국이나 샐러드 만들기 적합한, 색깔도 선명하니 더 예쁜 것.
아무튼 오이소박이는 흐릿한 색감의 백오이로 만드는데 최근에는 김치명인 강순의 님이 레서피 정석을 소개한 바 있다. 양파를 넣지 않고, 오래도록 무르지 않도록 아삭하게 절이는 방법이라고 해서 오이가 잠길 정도로 소금물을 만들어 오래도록 담궈놓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귀찮다. ㅋㅋ
게다가 그렇게 푹 절여서 아삭하게 만든 것들은 아무래도 수분이 좀 빠져 있고 모양도 살짝 쭈구리가 되서 어째 살짝 덜 된 오이지에 양념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난다.
그보다는 그냥 날오이 같은 쪼그라지지 않은 탱글한 오이에 양념한 오이소박이가 더 좋다.
아래는 우리 집에서 그나마 공들여 만드는 오이소박이인데,
이거보다 더 날로 먹는 오이김치 방식은 따로 있다. 그냥 오이를 십자가르기 할 때 끝까지 장작처럼 쪽쪽 갈라서 양념이랑 그냥 버무리는 것. 오이무침겉절이 개념인데 모양만 다르고 어차피 맛은 완전 똑같다.
단, 무를 정도로 장기보관해서 먹을 용도도 아니고, 또 살짝 발효가 되서 물러도 그다지 입맛에 거북한 것 같지 않고, 또 먹기 정 거북하면 그냥 버리면 되고 딱히 신경 안쓰고 만든다.
김치는 절이는 게 까다로운데 주재료인 오이는 아무렇게나 대충 절어도 별 신경 안쓰인다. 소금을 십자로 가른 곳에 일일이 집어넣어주지도, 소금물을 만들지도 않고 그냥 굵은 소금 대강 뿌려준 후 오이 씼을 때 남은 물방울들에 녹을 때까지 두 세시간 내버려 둔다. 다만 주의하는 점은 오이를 포함한 재료들에서 물기가 안나오게 탈탈탈 잘 탈수해서 쓰는 거고, 찹쌀풀 쑤는 것도 생략이다.
개인적으로 고추장 양념만 바른 듯한 비주얼의 오이소박이는 극혐이고 그래도 뭔가 건더기 재료들이 오이의 사지(?)가 찢어져라 푸짐하게 들어가야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백오이 한무더기를 굵은 소금으로 싯어서 위와 같이 토막낸 후 한 끝을 남기고 십자모양으로 갈라줌. 나는 한 1.5~2센티미터 정도로 넉넉하게 남긴다. 그래야 힘도 있고 속을 많이씩 꾹꾹 쑤셔넣기 편함. 양끝을 남기고 가운데를 갈라주는 방식도 일반적인 모양인데 우리 집은 그런 식으로 해본 역사가 없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름 문화컬쳐를 받았음.

양파 두 세 개, 당근 한 개, 부추 한 단을 잘게 썬다(당근은 채칼로 써는 것이 모양이 좋음). 다진 마늘, 고추가루, 액젓을 넣고 섞는다. 재료는 잘게 써는 것이 속을 넣기가 좋지만 또 너무 잘면 뭔가 모양이 안나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있음. 개인적으로 부추가 많이 들어가면 맛있는 것 같다. 한 단을 꾸역꾸역 다 넣음. 김치속이라고 김장김치할 때 처럼 특별히 짜게 만든 것도 아니다. 그냥 부추김치를 오이 안에 집어넣은 개념.

김치통에 차곡차곡 담으면 그럴 듯하다. 단순 수작업이라 지루할 뿐 매우 쉬워서 별거 아닌 게 꼴에 김치라고...싶은 마음이 든다.






덧글
더운날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닐텐데 대단하십니다. 맛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