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하류, 생각보다 실망스러운 ── 어딘가

청계천이야 심심하면 가는 곳이지만 청계천 하류는 처음이었다.
뭔가 음침, 음산한 것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상류에 비해서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 탓도 있겠지만 동절기도 아닌데 지하철역에서 청계천 물길을 찾아 오는 길도 스산하기 그지없었고. 지나다니는 사람들 행색도 뭔가 공포심을 유발하는 위협감을 느끼게 하는 무서운 인상의 사람들이 많았다. 지인과 청계천 중류쯤에서 만나기로 하고 혼자서 쭉 걷는데 정말 개무서웠음. 
  
청계천박물관도 보려고 했는데 여의치 않았고, 맞은 편에 판자촌 같은 걸 꾸며 놓은 모형공간이 있어 잠깐 둘러보았다. 

내가 아기일 적에 유행이었던 못난이 울보 인형들. 친척 집에 가면 그 맘 때 여고생이었던 사촌 언니가 모아둔 걸 구경할 수 있었다. 갈 때 마다 늘어 있던 컬렉션, 나도 하나쯤 갖고 싶었던 귀여운 울보 아이들 오랜만이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에도 주택들에는 연탄창고로 쓰던 빈 창고들이 꼭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딱히 가난한 집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당연히 있었음. 연립에 살던 우리 집도 베란다에 번개탄과 연탄을 가지고서 난방을 했던 기억이 있다. 보일러의 번개탄 불을 꺼뜨리지 않으려고 부모님이 고생하시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지금을 생각하면 내 살아 생전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 신기함. 하하하하하호호호.

청계천 상류에 비해 왜 이렇게 을씨년스러워보이는 걸까. 한 여름인데. 더위를 피해 나온 동네 주민들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닌데, 다만 운동이나 산책 하는 사람은 드물고 어느 한 지점에 모여서 누워 있다. 개천 인근의 주민들이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라도 운동을 하기 마련인데 이 라인은 좀 신기하다 싶었음;;;

2호선 신답역에서부터 내려서 이 위치까지 왔는데 그 낯설음과 을씨년스러움에 어마어마하게 멀게 느껴졌다.
청계천 개장했을 때부터 말로만 듣던 '청혼의벽' 실물을 드디어 보다. 옆 다리 위의 전광판을 함께 활용해 청혼을 비롯해서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는가본데 낮에 보니 완전 별거 아님 -_-;
밤에는 좀 괜찮을라나 모르겠지만, 이렇게 요란뻑적지근한 청혼을 저~얼대 받고 싶지 않은 나로서는 그냥 이런 것도 있구나 싶음.

청혼의 벽 이후로 별다르게 찍고 싶은 것이 없어 사진 없음. 이마트 청계천점에 있는 스타벅스라도 안 들렀으면 정말 눈물 났을 뻔. 종로쪽 청계천이 식상하다고 했던 것 취소다.



덧글

  • 지나가던 2016/08/07 13:38 # 삭제 답글

    일단 뭔가 랜드마크라 할만한 구경거리가 인근에 없다는 점, 역사적으로 시장등 자리를 비우지 않는 영세업자들의 아지트라는 점, 상류보다 개천의 폭이 넓어 관리, 유지, 보수비용이 많이 드는편인 반면 그늘도 없고 인근 인프라가 관광객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 등등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청계천 상류엔 온갖 주요시설, 중요건물, 호텔, 기업, 박물관, 백화점등등이 다 모여있는 반면 하류엔 그런게 없죠. 인근주민들도 아파트에서 걸어나와 운동하기엔 그늘도 적고 아스팔트라 무릎에 무리도 되고 그리고 여름엔 날벌레 장난아니라 단지내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더 많을것 같습니다. 오히려 거기서 더 한참 밑으로 내려가면 운동하는 사람들도 좀 있고 그런데 그 지점이 좀 휑하니 썰렁하죠.
  • 착한마녀 2016/08/08 00:25 #

    그렇군요. 노숙인은 아닌데 표정도 굳고 맞은편에서 사람이 가도 한쪽으로 피할 생각도 없고 까칠해 보이는 사람들 때문에 놀랐는데 자기들 입장에서는 아지트라서 으레 나온 행동이었을수도 있겠네요.
    지금처럼 그냥 두기에는 아쉬운 것 같아요. 야생느낌 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인공적인 것에 오히려 안도감 느끼는 도시체질 사람들에겐 대게 그렇게 느껴질 듯요. 납량특집 드라마에 나올듯한 그런 길?
    번화가의 청계천과 물리적 거리는 얼마 안되는데 이왕이면 여기도 관광객들이 마저 걸을만한 길로 잘 꾸며졌음 좋겠어요.
  • 좀좀이 2016/08/15 03:05 # 삭제 답글

    청계천 하류는 정말 상류랑 너무 비교되죠. 하류 쪽에서 그나마 볼 만한 거라면 중량천과의 합류 지점이랄까요? 처음 중량천으로 걷다가 청계천 들어갔을 때 이것이 제가 아는 청계천 맞나 싶었었어요. 한참 걸어올라가니 조금씩 우리가 흔히 상상하던 청계천 모습이 나오기 시작하더라구요 ^^;;
  • 착한마녀 2016/08/19 02:02 #

    윽, 저도 정말 깜짝 놀랐어요. 인적이 드물고 간혹 마주치는 사람들은 더 무서워서;;
    하루빨리 사람이 모여들게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상류의 청계천은 인파가 너무 미어터져서 식상함이 느껴지는데 ㅋ
  • HD 2016/10/31 02:12 # 삭제 답글

    그곳 근처에 청계고가 교각의 흔적을 그대로 남겨놓은 모습도 있는데 보셨을라나 모르겠네요 ㅎㅎ 청계8경 중 7번째로 존치교각이라는 이름도 달고 있더군요.
    아현고가의 흔적은 최소한 조형 작업이라도 거쳤는데 청계고가는 철거 하다가 귀찮아서 내비둔 듯한 인상? 으로 남아있어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한층 강화시켜줍니다.

    동네 분위기는 제 느낌에도 을씨년스러웠고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같은 청계천인데도 빌딩숲, 전기·정밀·조명산업 군집, 동대문 의류산업 군집, 하류 쪽 낙후된 동네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라서 재밌더라고요. 한편으로는 그래도 서울은 도심에서 부자 서민 할 것 없이 기회가 주어진 곳이 있구나 싶더랍니다. 낙후된 동네는 저렴하게 방을 구할 수 있도록 서민들에게 도심에 들어올 기회를 주니까요. 아 다만, 이런 말을 하는 저는 역설적이게도 낙후된 청량리나 제기동같은 곳에 살어라고 하면 싫어합니다.

    자전거 타고 조금만 더 가니까 바로 마장축산물시장이 나오더군요. 90년대 지어진 듯한 아파트단지 바로 옆에 시뻘건 정육점 조명들이 터질 듯이 번쩍거리더랍니다. 고기 비린내를 싫어하긴 하지만 멀리서 구경하는 정도로는 흥미롭더군요. 고기는 좋아하지만 완성된 요리로서만 좋아하는 ㅠ

    불쾌하지도 않으면서 가장 재밌었던 곳은 청계천 밑에 을지로 쪽이랄까요.. 앵간한 거 다 팔더군요 ㄷㄷ 부산 살다가 서울 오니까.. 사실 부산도 나름 큰 도시긴 한데 특히 청계천을 보면 서울은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성을 가진 곳이란 걸 자주 느낍니다. 필름 현상을 단돈 3천원에 할 수 있는 사진관이 충무로에 우글거리는 것도 충격이었고, 을지로엔 조명만 미친 듯이 파는 거리가 있질 않나 문구류만 미친듯이 거리라던가 화분만 종류별로 안 파는 게 없는 거리도 있고, 뭐 동대문은 워낙 유명해서 말할 것도 없죠. 이렇게 감탄을 하고서도 정작 옷 사는 것만은 귀찮아서 유니클로같은 브랜드로 떼웁니다만 ㅋ

    아,

    댓글 주제에 신나서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군요 ㅠ 이걸로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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