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궁극적으로 상대의 심리를 무장해제하는 기술들을 총망라한 일종의 심리서적이다. 책도 좀 두꺼운 편이고 내용이 결코 가볍지는 않지만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시종일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절대다수를 유혹할 수 있는 절대적인 유혹자들이 있다. ('서울대'가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누꾸나 꿈꾸 는 대학이듯이. 물론 서울대 나왔다고 유혹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은 진짜 잘나서 별다른 기술이 필요없는 유혹자들이다. 그렇지만 유혹의 개념은 필부필부들에게 더욱 헷갈리고 주의해야 할 공부거리가 아닌가 싶다. 못난이들은 '짚신에게도 짝이 있다'는 속담처럼 고만고만한 사람들 틈에서 '상대적으로' 유혹적인 이들에게 '희생'당하고 때로는 '만만한 희생양'을 찾아 유혹하고 유혹 당하는 틈바구니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소위 '싸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라고 불리우는 앞뒤 안 맞는 존재들(이들은 많은 사람들이 꺼림찍해 하는 반유혹자들에 속한다)에 대해서도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있듯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특정한 유혹적인 면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또 누구나 본인만의 유혹의 스킬 한 가지쯤 가지고 있으리라 본다.
굳이 연애적인 측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비즈니스나 국가간의 외교 같은 모든 대인관계들 속에서 '영혼이 담긴 유혹'과 '전략일뿐인 유혹'의 많은 사례를 발견할 수 있기에 씁쓸하고도 흥미롭다.
우선 유혹을 둘러싼 여러 이해당사자들에 대해 알아야 한다. 유혹하는 사람(유혹자), 유혹은 커녕 사람들을 떨어져나가게 하는 사람(반유혹자), 유혹을 당하기 쉬운 사람(희생자) 등으로 나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유명인들이나 소설이나 드라마 속 캐릭터는 물론 현실 속 주변인물들을 볼 때마다, 굳이 따지자면 저 사람은 어떤 유형에 속할지를 한번씩 생각해보게 된다. 그건 그 사람들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임은 분명하다.
'반유혹자'를 쉽게 알아볼 수 있다는 점만 해도 큰 이득이다. 반유혹자들은 사람들을 떨어져나가게 하는 불길한 사람들로 생각하면 무방할 듯 하다. 우리는 어쩌면 '유혹자'가 되려는 노력보다 '반유혹자', 그리고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하지 않나 싶다.
가장 우월한 당사자인 유혹자의 유형은 크게 아홉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어떤 한 가지 특징만을 두드러지게 갖고 있는 유혹자도 있고, 여러 가지 유형을 동시에 지닌 팔색조형 유혹자도 있다.
유혹자의 유형
•코케트 = 냉담한 나르시스트 이 유형의 상징은'그림자'이다. 해당하는 인물은 조세핀 보나파르트, 앤디워홀, 엘리자베스 1 세, 크리슈나무르티, 프로이트. 길게 설명 안 해도 이름만 나열해도 감이 오는 유형이다.
•카리스마 = 열정적 신념가 이 유형의 상징은'램프'이다. 어둠에서, 즉 위기일 때 빛을 발하는 인물이다. 이들은 목적의식이 뚜렷하고 신비로우며 성스럽고 웅변술의 달인이고 무대 체질이다. 모험심과 흡인력으로 대중들을 유혹하고 대중들의 반응에 민감하게 의존하는 경향도 있다. 하위 분류로 예언자적 카리스마형 (잔다르크), 동물적 / 악마적 카리스마형(엘비스프레슬리), 구원자적 카리스마형(레닌), 정신적 지도자 / 성녀형 카리스마(에바페론), 뛰어난 연기자 카리스마 (드골) 가 있다.
• 스타 = 신비로운 우상 이 유형에 해당하는 유혹자들은 무지하게 많다. 대중들은 다른 사람의 속성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려는 심리적 기전을 지니며 무의식적으로 모방하고자 한다. 그래서 이들에게서 도덕적 아름다움을 찾아내려 노력한다. 팬들이 연예인에게 실력만 좋으면 되는'딴따라'인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가혹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거다.
•세이렌 = 요부형 이 유형의 상징은'물'이다. 요부이지만 직접적인 아름다움은 아니다. 오히려 청순형 이미지를 가진 경우가 많다. 여기에 관능적 외모와 목소리, 은근하고 권태로운 태도와 몸짓을 겸비하면 요부형이 된다. 클레오 파트라, 마릴린 먼로, 아프로디테 라는 캐릭터를 꼽았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며 육체의 미는 떨어지게 마련이므로 정신의 미를 드높이지 못할 경우 쉽게 몰락하고야 마는 유형이다. 여기에만 속하는 인물들은 대게 비극적이다. 아니면 어떠한 비극을 맞이하기 전에 사라져 버리던가.
•레이크 = 바람둥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해당 캐릭터는 바이런, 단눈치오, 엘비스프레슬리, 리슐리외 공작 등이란다. 카사노바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아이디얼 러버 = 헌신적 연인형 카사노바가 여기에 속한다. 아, 카사노바는 바람둥이가 아니었다. 존 F 케네디도 헌신적 연인이었을까. 상대의 삶에 결핍된 것을 찾아서 채워주는 사람이다. 이상적이고 신화적인 인물들이 이런 사랑을 한다. 조그만 약점이 발견될 경우 유혹에 빠졌던 상대는 한 순간 각성하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댄디 = 창조적 스타일리스트 '뻔뻔스러움의 절도'라는 표현이 가장 와 닿는다. 이들은 양성성의 매력을 지녔다. 루돌프 발렌티노, 루 살로메.
•네추럴 = 천진난만형 개인적으로 가장 강력한 유형이라고 생각된다. 그만큼 희소가치도 있다고. 개구쟁이에다가 겉으로는 순진하고 멍청해 보여도 속으로는 영특하며, 신동 기질이 있다. 자유롭고 개방적이다. 사랑스럽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아이같은 사람이지만 부작용으로 성가심을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대표적 인물은 찰리 채플린.
•차머 = 능란한 외교가 개인적으로 이 유형의 유혹자도 정말 강력한 것 같다. 이들의 상징은'거울, 나르시즘'. 자존심이 센 유혹자이다. 그러나 자신의 공격성을 감추고 인내심을 발휘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무서운 유형이다. 자신을 낮추어 상대방을 높인 후 설득해 위기를 극복한다. 소위 앉을 때와 일어설 때를 기막히게 분간해 내는 사람들. 남에게 잘 속지 않는 부류의 냉소주의자들이며 이들을 상대할 때는 오히려 꾸밈없이 솔직하게 대하는 편 이 손해가 적다.
아무런 매력을 찾아볼 수 없는 불행한 무매력자들을 이 책에서는'반 유혹자 (Anti-Seducer)'라고 명명했다.
반유혹자의 특징을 보면 전반적으로'관심병 종자'들 같다.
뭔가 결핍된 면이 있고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인데 반유혹자들과 희생자들은 일맥상통한다.
유혹을 못해서 유혹을 잘 당하나보다.
반유혹자의 특징
•급한 성격 : 인내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인데 성격이 급해 자기중심적이다.
•아첨 한다 : 자기 주관도 능력도 없어 남의 의견에, 남의 능력에 빌붙어야 하기에.
•도덕주의 : 너무 진지한 것도 병이다.
•구두쇠, 속물이다.
•과민하다.
•수다스럽다 : 자기 얘기 혹은 들은 얘기를 털어놓지 못해서 안달이다.
•소심하다.
•무관심, 자만, 착각 : 나쁘긴 하지만 때때로는 전략적 무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
희생자의 특징
•변형된 레이크, 변형된 세이렌, 좌절한 몽상가, 좌절된 스타 같이 얼핏 유혹자처럼 보이지만 실은 불량 있는 존재
•응석받이, 내숭쟁이, 순진한 풋내기, 타락과 순진함이 교차되는 사람, 색다른 즐거움 추구자, 비극의 주인공, 미인, 피터팬 콤플렉스를 지닌 철부지, 모성본능 및 기사도 정신이 투철한 구원자, 방탕아, 우상숭배자, 감각주의자, 고독한 지도자, 양성애자 등
•정복자는 코케트에게 희생된다. 보나파르트에게 푹 빠져버린 나폴레옹을 생각해보면 좋을 듯.
•교수는 지성적인 유형의 유혹자(차머 등)에게 취약하다. 아마도 그 자신이 지적인 것을 갈망하기 때문에 콩깍지가 씌일 확률도 높은 것 같다.
'전략'편에서는 유혹하는 방법이 나열되어 있다. 유의할만한 사실은 영혼이 있건 없건 테크니컬한'유혹하는 방법'이다. 일종의 심리적인 기전을 유발하는 기술 만을 말한다.
'픽업 아티스트'들이나'사기꾼'들이 연마하는 것이 바로 이 기술이 아니지 싶다. " 유혹은 상대에게서 의심과 저항을 제거하는 심리게임 " 이라고 한다.
정말로 잘난 유혹자들이 이 전략을 연마할 필요가 있을까? 뿌리와 줄기가 튼실하지 않은 허당들이 곁가지 잔기술로 혹세무민하려는 것이 바로 이 기술이다. 제대로 된 사람의 좋은 향기를 발산하는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이런 전략따위 필요없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일수록 잡기에 능하고 진심이 결여된 사람일수록 잔머리를 잘 굴리는 것은 진리이다.
유혹의 전략 24가지
•1 단계에서 관심과 욕망을 자극한다.
1. 유혹에 넘어갈만한 대상선정
2 .우회적으로 접근한다. (직진과 돌직구형 인간은 적어도 위험하지는 않다)
3. 상반된 분위기를 보인다. (팔색조 매력 발산)
4.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자신이 일종의 전리품이 되어 탐나는 존재로 착각하게 하는 기법
5. 불안과 불만을 자극한 후에 나중에 만족을 준다.
6. 복선과 암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7. 유혹의 주체를 헷갈리게 한다. (자신이 상대방을 유혹하고 있더라도 상대방은 자신이 유혹자가 되어 있다는 착각을 하도록. 그런데 많은 유혹자들이 이 과정에서 주체성을 잃고 원래 유혹의 대상에게 유혹을 당하는 희생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8. 금지된 욕망을 일깨운다. (모든 금지된 것은 유혹적이다.)
•2 단계에서 쾌락과 혼란을 창출한다.
9. 다음 일을 궁금하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10. 상상력을 자극하는 유혹적인 언어를 구사한다. (화려한 미사어구가 아님)
11. 사소한 것으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기
12. 상대에게 자신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다. 평범한 사람이 아닌 이상화된 존재로…
13. 약한 모습으로 경계심을 누그러뜨린다. (동정심 유발)
14. 완벽한 환상으로 현실을 잊게 만든다.
15. 상대를 고립시켜 의존하게 만든다. (친구고 가족이고 다 이간질해서 떨어뜨리는 못된 유혹자들이 많다)
•3 단계에서는 효과를 극대화한다.
16. 위험을 무릅쓰고 행동으로 보여준다. 유아기적 심리,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상형을 꿈꾸는 심리, 보호본능 등을 자극하는 것이다.
17.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부모나 자식 역할을 해준다.
18. 터부를 깨뜨리는 자유를 맛보게 한다.
19. 상대와의 관계를 정신적 차원으로 승화시킨다.
20. 적절한 고통으로 상대의 마음을 장악한다. (밀고 당기기, 사디즘 - 마조히즘 조합)
•4 단계는 유혹의 결실을 맺는 단계다.
21. 쫒는 자가 쫒기는 상황을 만든다.
22. 성적 매력을 유혹의 수단으로 삼는다.
23. 최후의 일격을 가한다.
24. 유혹 성공 후 찾아오는 후유증을 경계한다. 유혹자의 신비감을 잃고 도리어 반유혹적 특성을 보이기 쉽다.
푸하하하. 반유혹적이 된다는 것은 본래의 별볼일 없는 성품이 드러난다는 것이겠지. 애써 유혹한 것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고 마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는 거지. 유혹하고 싶지 않았던 것을 유혹했다거나, 본디 유혹자의 자질이 없는데 잠시 유혹자 코스프레를 했기 때문에 후유증이 찾아오는 것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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