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 : 축복(2013)_ 축복인지 불행의 씨앗인지, 진실은 저 너머에... ── 영화

2014. 6. 3. 시네코드 선재

임순례 감독님과의 시네마톡


본업이 스님인 영화감독

기엔체 노르부라는 사람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날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다고 한다.


이 영화의 감독 키엔체 노르부 님의 본업은 특이하게도 스님이다. 그것도 정통 티벳 불교의 스님.

부탄의 고승으로 유명한 그는 스님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수행을 쉬는 시간을 쪼개어 작품 활동을 한다고.

세상에는 참 부지런한 사람이 많다.


'바라' 라는 단어에서 오는 불교적 색채. 지루하고 정적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내용도 다이나믹하거니와 주인공도 예쁘고, 아이돌 춤 못지 않은 댄스도 큰 볼거리다.

의상도, 아름다운 자연환경도 모두가 눈과 마음을 흡족하게 함.

내용은 건전하지만은 않은데 어쩐지 마음이 편해진다?


신분제도 + 종교적 예술을 바탕으로 이해 가능한 영화

이 영화를 이해하려면 현재 인도의 신분제 정도는 먼저 알아두는 것이 좋다. 세계사 시간에 들었던 단어 '카스트 제도'라고 하나. 하아~ 현재진형형 신분제라...그 안에서 지체 높은 신분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도 좀 민망하지 않을까.

물론 대부분의 나라에 눈에 보이지 않는 신분이 존재하긴 하지만 법적으로도 문제없는 대놓고 차별이라니.

주위 사람들 중에 가고 싶은 여행지로 인도를 꼽는 사람이 많고, 행복지수 1위의 나라라는 둥 수없이 많은 낭만적인 이미지가 있지만 나에게는 기본적으로 매력이 없어 보이는 나라다.



인도의 시골 마을. 소녀 릴라(샤하나 고스와미)는 어머니를 닮아 춤을 잘 추는 무희로 살고픈 소녀다.

릴라는 같은 마을의 조각가를 꿈꾸는 젊은 최하층 신분의 청년 샴(디비쉬 란잔)의 여신상 모델을 해주게 되면서 그와 사랑에 빠진다.

무희인 릴라도 천한 신분에 속하지만 샴은 더욱 천한 신분으로 묘사되니...금지된 사랑의 주인공들 되시겠다.


젊고 아름다운 청춘 남녀인데 본인들 내부에서 끌림이 있었는지 신의 부추김인지 모르지만 육체적인 관계 이후 생명의 잉태에까지 이르게 된다.

임순례 감독님(우생순 감독님)의 도움말씀 혹은 개인적인 의견에 따르면 이 둘의 잉태는 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 춤을 추고 신에게 바치기 위해 조각을 하던 두 남녀의 영적인 결합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둘의 사랑은 서로를 남신, 여신의 모습이라는 환상으로 보이게끔 하며 시작됨.

매일 찬양하기 위해 춤을 추는 대상인 남신, 자신이 모든 힘을 다해 조각해 내고 싶어하는 여신인데...그러한 존재가 눈앞에 형상화되어 있다면 사랑에 빠져도 이상할 것이 없다.

  


모두에게

평화를 뛰어 넘어 행복을 가져오는

릴라의 앙큼하고 당돌한 계획


신은 릴라에게 축복을 내려주셨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릴라와 샴의 일이 알려지면 릴라는 더욱 천한 여자로 매도당하고 어머니와 함께 마을에서 추방당할지도, 게다가 샴은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커다란 위기라는 거.



릴라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걱정하는 어머니를 뒤로 한 채 자신의 계획을 착실히 실행하는 그녀. 그런 그녀의 계획은 마치 그렇게 되길 기다렸다는 듯이 착착 맞아 떨어진다.


그제서야 '축복'이라는 제목의 의미가 이해된다.  

지혜로운(?) 릴라는 모두의 안녕을 만들어 낸다.


릴라는 마당발인 수바라는 아저씨가 다리를 놓아줘 동네 최고의 부자이자 지체 높으신 지주의 집에 들락거린 바 있다.

실은 마을 사람들로부터 숫총각이 아닐까 모르는 곳에서 놀림거리마저 되고 있는 주지의 노총각 아들이 창밖으로 그녀가 신을 위한 바라춤을 추러 다니는 모습을 멍때리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걸 눈치 100단의 수바가 멋지게 알아차려 주어서 "며칠에 한 번이라도 어머니 시중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느냐, 행사를 치르는 데 잔심부름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둥 핑계를 대고 지주의 집으로 릴라를 불러들인다.


지주의 집에 한 번씩 다녀올 때마다 귀한 옷감 등 살림살이가 늘어가는 릴라의 집.


릴라의 잉태 사실을 수바도 알고 심지어 그 아빠가 샴이라는 사실마저 알아버렸지만...그 구역의 최고 지주의 뚜쟁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콩고물좀 얻고 싶었기 때문일까 릴라가 자기 딸인 것마냥 폭풍 짜증을 낸다.


모두의 절망 속에서 무언가를 결심한 릴라는 어느 날 화려하게 단장하고 기도를 한다는 핑계로 릴라의 구역을 들락거리던 지주 아들이 오가는 길목에서 그를 유인하는 데 성공한다.

순진한 지주는 중2병 환자인 척 동정심을 유발하는 앙큼한 릴라의 계획대로 움직여 주었다.



그리하여 릴라는 아들 지주의 아이를 잉태한 것으로 포장되고...

노모 지주는 한편으로는 하루빨리 짝을 찾아 혼례를 치르길 바랐던 노총각 아들이 집안의 대를 이을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해 하며, 한 편으로는 큰 죄를 지은 사람이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로 아들과 릴라와의 세기의 결혼식(?)을 준비한다.

지주가 릴라를 상사병 환자가 된 것마냥 마음에 품고 있었다는 걸 노모가 모를 리 없었다. 노모는 아들이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결국 사고를 쳤다고 생각하고 그녀를 성의를 다해 맞아들인다.

 

벼랑 끝에 몰렸던 샴은 목숨을 건지고 마을의 축제인 릴라의 결혼식 준비를 돕기에 이르고, 릴라와 릴라 뱃속의 아기는 쿨하게 포기하며 조각가로서 도시로 나아가 새로운 삶을 찾겠다고 전한다.

릴라의 어머니는 지주의 장모가 되어 호강할 것이고, 지주 집안의 숙원을 해결해준 뚜쟁이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 준 수바도 앞길이 열린 셈이고.

마을도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지려다가 다시 축제 분위기에 쌓이고.


이렇게 모두가 행복해져서 '축복'이라고 하는가보다.

노모는 아들이 총각귀신 신세를 면하고 비록 남의 씨이지만 그 아이로 대도 이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고 또 늙은 자신을 봉양해 줄 며느리가 생겨서 좋고,

아들 지주는 자신이 아닌 젊고 잘생기고 재주 많은 샴의 아이를 자기 아이인 냥 기르게 될 것이라 좋고(?)

릴라는 사랑하는 샴의 아이를 한다 하는 지주 집안의 아이로 기를 수 있어서 좋고,

샴은 자기의 2세를 역시 부잣집 아이로 기를 수 있어서 좋고,

릴라의 엄마도 죽다 살아나서 좋고, 수바 아저씨도 지주의 평생 은인으로 살 수 있게 되어 좋고.

배곯는 가난한 마을 사람들도 부잣집 잔치에 기분 좋고...좋고...좋고.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삐끗하면 있을 수 없는 축복이지.

만일 릴라가 죄책감에 몸부림치거나, 샴이 릴라와 함께 도망이라도 가서 살자고 매달리거나,

수바가 지주의 아들에게 "그 년 딴 놈의 아이를 가진 나쁜 년이니까 잊어요~"라고 이르기라도 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불편한 진실은 저 너머에 있고 이것이 진정 축복인 것일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덮어두고 넘어가는 것은 또 다른 불행의 씨앗일 것이야.


이건 절대 릴라가 예뻐서 시기 질투하는 말이 아님.

릴라는 그 비밀을 잘 지킬 수 있을까. 수바에게 평생 볼모로 잡힐 비밀을...



아니나 다를까, 임순례 감독님과 용수 스님이 함께했던 이날 CV에서 많은 관객들이 질문 세례를 했다.

"이것이 정녕 부처의 뜻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정말 인도에 아직도 신분제도가 저 정도로 존재하고 있는 거에요?"



평소의 양심은 이건 절대 아니라고 말하지만,

영화 자체를 보면 그냥 웃음만 나온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핳~' (절대 비웃음이 아님)





릴라 역할을 맡은 배우의 매력이 +_+

사실 난 피부 하얗고 조각같은 이영애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데 요 까만 피부 여자가 왜 이리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지.

마리옹 꼬띠아르의 분위기가 난다. 릴라의 앙큼한 지혜가 그러려니 이해가 될 정도의 미모임.

  

그런데 사진발은 되게 안받네, 동영상으로 봐야 함.




덧글

  • 까진 핵펭귄 여뫙 2015/02/28 18:27 # 답글

    한마디로 네토라레물이네요.
  • 착한마녀 2015/02/28 20:12 #

    네토라레 뜻을 검색해 봤어요. 캬...단어 하나로 많은 스토리를 대표할 수 있군요.
    그런데 제가 찾아본 바에 의하면 다른 커플 사이에 끼어들거나...이런 것이 네토라레라면 이 작품은 좀 달라요.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현실의 벽에 부딪혀서 진짜 사랑을 본인들이 깨버리고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건데...이건 뭐;;;;;
    이게 우리네 사회라면 단순한 막장 스토리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목숨 왔다갔다하는 신분제가 뒷배경으로 있으니까 막 안도하면서 보게 되더라고요 ㅋㅋㅋ
  • 범골의 염황 2015/02/28 20:15 #

    그 이용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네토라레에 해당되니까요. 뭐 뻐꾸기아빠가 된 지주네 아들도 다 알고도 여자를 사랑해서 그 상황을 받아들인 거라면 모를까.
  • santalinus 2015/02/28 18:45 # 답글

    약간 오류가 있어 댓글 남깁니다. 현재 카스트에 의한 차별은 '법적'으로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단지 사람들의 의식이 현행 제도와 법에 맞춰 따라가지 못하는 것 뿐이죠....
  • 착한마녀 2015/02/28 20:14 #

    그렇군요. ㅠㅠ 마을 사람들이 몰매를 때려도 누가 뭐랄 것 없을 정도로 공권력이 약한 것이 문제로군요.
  • santalinus 2015/02/28 22:31 #

    공권력이 약하다기보단....그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들 수준이 쫌...그렇습니다. 경찰들의 의식수준이 그 마을사람들하고 비슷한 수준인 경우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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