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 동(2010)_ 그래도 조금은 희망이 보여서 다행인 비행청소년들의 임신질(?) 후일담 ── 영화

2011. 3. 7. 홍대 상상마당

민용근 감독/유다인 배우 시네마톡



독립영화 좋아하던 지인의 알아서 추천 예매로 본 작품 중 하나.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는 없었고 제목만 본 나는 대한민국의 브로드웨이 대학로 인근의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고 여주인공 '혜화가 어느 겨울에 겪은 아이 대소동'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그나마 상업영화의 경계가 불분명한 독립영화인데 배우들이 훈훈하고, 막상 잔인하고 선정적인19금 장면은 없다. 극의 흐름이 불편한 가운데에도 비교적 납득 가능한 메시지라서.


그래도 철거중인 동네 어딘가에서 흉기를 든 개도둑이라도 나타날까봐 보는 내내 조마조마, 소심해 터진 남주인공 한수가 빡돌아서 무슨 사고라도 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긴 했다.



아무튼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남들 공부할 때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연애질이나 하고 임신질(?)이나 하던 비행청소년들의 5-6년쯤 뒤의 구리구리한 후일담이다.


뭔가 진부한 메시지이지만 지극히 섬세하고 참신한 흐름

요즘 화제인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를 보진 못했지만 풍문으로 들은 바로 이 작품이랑 내용이 비슷한 것 같다. 다른 점은 출산하는 고아성 곁을 이준이 지켰고, 다인이 곁에는 연석이가 없었어요~

<풍문...>이 현재진행중인 드라마라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지만...

인생 초반 막장까지 달려갔던 청춘의 끄트머리는 좋을 리가 없다.



혜화(유다인)와 한수(유연석)은 고딩 때 이성친구이자, 출산을 경험한 후 헤어진 사이다. 아기는 출산 당시 죽은 것으로 되어 있고 어른, 특히 그나마 평범한 수준으로 산다 싶은 한수네 집 어른들에 의해 강제로 갈라지지 않았을 성 싶다.


5년 후 혜화는 동물병원+애견센터 미용사로 일하며 유기견을 구출해 보살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수의사인 정헌(박혁권)을 짝사랑한다. 그 난리를 쳐 놓고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 것이다. 아주 흠이 없는 남자는 아닌. 그런데 옛날 꽃뱀아 저리가라 포스로 발랑 까졌던 고딩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순수하기 그지없다. 돌직구는 커녕 우물쭈물 가슴앓이하고 행동하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한다.

과거의 상처로 인해 자포자기해버린 상태보다는 훨씬 낫긴 하다.

혜화는 그렇게 나름 괜찮은 여자다.



그러던 혜화에게 한수가 찾아온다.

한수는 친권포기각서와 입양동의서를 들고 혜화에게 진실을 알리려 왔다.

그의 주장은 둘의 아기가 살아서 어딘가로 입양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혜화에게 입양된 곳을 알려주자 갑자기 쳔륜의 모성애가 발동한다. 남의 집에서 잘 자라고 있는 자기 아이에게 애끓는 심정이 발동한다.

유치원 앞에 잠복하면서 몰래 훔쳐보는 것은 물론이요,

아이를 훔쳐다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어하기까지.

여러 번의 시도끝에 유전적인 엄마, 아빠 그리고 딸 세 가족이 따뜻한 밥도 먹고 하룻밤을 보낸다....싶었는데 반전이 있다.


둘의 아이가 입양된 곳에서 아기는 얼마 안가 죽은 것이 사실인 듯 하다. 그 집은 또 다른 아이를 입양해 기르고 있었다.

한수는 입양동의서에 적힌 모 대학교수의 집에 찝적거리다가 붙잡혔을 때(?) 이 모든 상황을 듣게 되었고 절망했지만 혜화에게 계속해서 거짓말을 한다.


이들이 데려온 아이는 그 교수님 댁 아이가 아닌 다른 애였고 당연히 아이 집에서는 유괴당했다며 온갖 대소동을 벌였는데 알고보니 그 아이는 한수 누나의 아이였다. 혜화가 출산할 때 같은 병원에서 출산한 조카.


얼마나 혜화를 다시 찾고 싶었으면 이런 거짓말까지 했을까.

예전에는 어려서 혜화와 아이를 지킬 힘이 없었고 이제는 부모님으로부터도 세상으로부터도 혜화와 아이를 지켜주겠노라 왔겠지만...아이는 정말로 없어져 버린 것이 사실이고.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을 때.


어느 겨울의 아이 대소동...끝에 움직이는 혜화의 마음

혜화의 마음도 움직인다. 아마 이 영화 제목의 '동'은 겨울, 아이 그리고 움직임...이렇게 다중적인 뜻이 아닐까. 내 맘대로 해석.

혼자 출산을 하는 동안 도망가 있던 한수가 처음으로 진심어린 사과를 하자 '너도 무서웠을 거야'라고 인정해주는 통 큰 혜화. 사람은 이렇게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을 수 있다.

이렇게 진심어린 사과라도 하면 절대 칼부림 총부림 날 일은 없을 거다.


유괴범으로 신고당한 걸 알고서 한수를 숨겨주려 먼저 집을 나가라고 하는 혜화.

유괴한 아이가 조카였기에 혜화도 뒤늦게 모든 자초지종을 알게 된 건 다행일까.

어쩐지 그렇게 머리를 굴린 한수가 한심하거나 밉지만은 않은 듯.


같이 실수하고도 한수는 캐나다로 유학 가서 잘 살고 혼자만 개고생하는 줄 알았는데,

한수도 편치는 않았고 그 역시도 괴로움과 죄책감에 제대로 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인생을 말아먹긴 마찬가지고...

뒤늦게 진실을 알려준답시고 극소심한 본인 딴에는 큰 다짐을 하고 찾아왔는데,

아이가 살아서 둘을 이어줄 거라는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어 버린 남자.


혜화는 어쩐지 그 남자를 이해하고 받아줄 것만 같다.

어쩌면 혜화가 보듬어 주어야 할 상처는 아내를 잃고 홀로 아들을 키우는 정헌의 그것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만든 상처를 지닌 한수의 흉터가 아닐까.

 

아무튼 불편한 진실은 말이지.

답답하도록 극소심하고 순진 멍청할 것만 같은 한수.

이런 애들이 사고를 쳤다 하면 아주 홈런으로 빵빵 잘 쳐요. 경찰을 불러들이는 거는 일도 아니지. 으이그.

인생에서 소중하고 숭고하게 누려야 할 임신과 출산의 기쁨을 그렇게 쓸모없는 때에 어영부영 누려버리면 남은 인생의 낙을 찾기는 엄청 힘들어 진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다.


게다가 혜화의 처지 역시나,

할머니 같은 엄마와 아버지 같은 오빠를 둔...치매 걸린 어머니의 의미없이 내뱉는 말 속에 아마도 친 아버지가 밖에서 낳아 들여온 자식이라나 뭐라나.

자기 친모의 삶을 답습한다는 뭐 그런 꼴인가 싶어서 한 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했다.

아이는 받아주었지만 아이의 어머니이자 아이 아빠의 아내로서는 살 수 없었던 혜화의 어머니.


혜화가 나쁜 거 겪을 거 다 겪었으니 이제라도 한수 찾고, 한수네 부모님한테도 인정 받아서 새롭게 시작해봤으면 좋겠다. 한수의 피폐해진 정신에 치유가 필요하니까 한수 엄마도 이제 더 이상 뭘 어쩌진 못할 거 아닌가붸.



독립 영화에서 찾을 수 있는 몇 가지 보람 중 하나는 아직 뜨지 않은 신선한 얼굴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유다인이 그렇고 유연석이 그렇고, 또 얼마전 무도에 나온 박혁권 님이 그렇다.

박혁권 님이야 뭐 독립영화계의 한석규 쯤으로 통하는 분이시고 ㅋㅋㅋ


사람들이 <응답하라 1994>의 유연석 보고서 멋있다고 좋아라 할때 나는 뒤에서 므흣하게 '난 유연석의 찌질한 흑역사도 알고 있지' 하며 일종의 승리감을 느낄 수 있었지. 므하하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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