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즈(2011)_B급 영화처럼 하고서 운명적 사랑에 대해 생각케 하는 신기한 영화 ── 영화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다. 이 영화가 이럴 영화가 아닌데...

시끌벅적하고 조잡하고 가볍고 싸보이는 B급 컬트영화 같은데, 분명 그러한데 맨 마지막에 남는 여운은 아주 좋단 말이다.

장진 감동님의 '아는 여자'라는 영화를 본 후의 느낌과 비슷하달까.


그 주제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운명적인 사랑'으로 표현할 수 있다.

동일한 주제를 가진 다른 영화들은 늘 거창하고 무겁고 숭고하고 순결하고 아름답고...아무튼 온갖 범상치 않은​ 연출과 스토리를 통해 이를 무언가 고상하게 표현해내려 하는 편이었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대놓고 찌질하고 대놓고 싸보이고 속물적이다.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이 터무니없이, 하지만 있음직한 연유로 서로 얽혀 만나는 가운데 사랑이 싹트고 뜻밖의 결실을 맺게 된다.

전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변해가는 기적같은 현상이 펼쳐지고.

정신없이 보다보면 나중에 남는 건 '사랑의 위대함', 그리고 운명이라는 것의 오묘함이랄까.


우연 - 인연 - 필연 ....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인연이 되고, 이 인연은 때로는 악연이 되기도 하고...이건 나중에 두고 보면 결국 만나야 할 사람들이 만나고야 만 필연이라 볼 수 있고.

누군가의 악연이었던 사람이 우연히 또 다른 사람을 만나 좋은 인연으로 결실을 맺기도 하고...


이렇게 유기적으로 얽힌 사람과 인연,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주 무거운 주제를 정말 가볍게 잘 그려냈다.

어쩌면 탐정 영화같기도 하고 ^^; 시나리오를 이렇게 구성하기가 꾀 힘들었을 것 같다.


나리(이시영)과 결혼하기 위해 무리를 해서 대출을 받아 대궐같은 집을 구한 유석(김주혁), 그런데 좀 수상한 여자 나리는 어느 날 잠적해 버린다.

유석은 실의에 빠져 지내던 어느 날 무리한 대출로 인해 볼일을 보러 간 은행에서 강도를 겪게 된다. 그러다가 경찰인 애연(이윤지)을 만나게 되고 자존감을 있는대로 짓밟힌 그의 소심한 마음에 용기가 샘솟을 정도로 강한 설레임을 느끼게 된다. 

유석의 친구이자 나리를 짝사랑하던 복남(오정세)은 힘들어 하는 친구 때문인지 자신 때문인지 나리를 추적하다가 그녀의 과거를 알게 된다.

꽃뱀 같기도 하고 비운의 여자 같기도 한 나리의 행적, 그녀가 무서운 폭력조직의 보스인 병찬(공형진)과 얽히면서 스토리는 다이나믹하게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의 설정이 황당하지만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만은 않는 것은 점은 커플이 탄생되는 경우의 수와 사랑이 전개되는 일련의 과정에 들어있는 모든 감정이 이 스토리 안에 거의 모두 들어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제 주제를 훌쩍 뛰어 넘는 남자,

이 남자를 이용하는 여자,

옛 사랑의 상처를 새로운 사랑으로 잊기도 하는 남자,

극도로 소심했었는데 어떤 여자로 인해 용기가 샘솟기도 하는 남자,

친구의 여자를 사랑하지만 친구도 아끼는 남자,

내숭과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 간만 보는 여자,

사랑하는 여자를 만난 후에 그 어렵다는 개과천선까지 하는 남자.


설레임, 믿음, 배신, 실연, 바람, 거짓, 짝사랑 등등....이상 커플(혹은 잠재적 커플)들이 벌일 수 있는 경우의 수.



 

사소해 보이는 장면 하나하나가 알고 보면 모든 인물 각자의 스토리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이 영화의 매력은 탐정같은(?) 연출에 있다.


똑같은 사건 하나가 여러 사람의 인생의 한 장면으로 기록되는 것이 실제 세상의 이치니까.

그 사건이란 A에게는 소중한 순간일 수 있지만 B에게는 그야말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흑역사일 수 있고,

한 커플이 쫑이 나는 계기이거나 또 다른 커플이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세상만사 새옹지마,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비 효과...이런 것들을 떠올리면 될 것 같다.


 

사실 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애와 결혼 내지는 사랑에 대해서 운명이 존재한다고 전혀 생각지 않던 사람이었다.

누가 '운명' 어쩌고 하면 코웃음을 칠 정도로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런 말 하는 사람을 보면 속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었다. 어디까지나 이상형의 사람을 만나는 것에는 과학적 혹은 의학적인, 수학적인 매커니즘이 있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운명은 개척하는 것이고 인연도 노력에 의해 만드는 것이고, 연애를 원한다면 연애 대상이 될만한 장소에 나타나는 빈도를 높이면 자연스레 만나지게 되는거고 뭐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운명이란 것은 반드시 있는 것 같다. '노력'이라는 것의 비중이 어느 정도 작용은 하겠지만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란 건 반드시 따로 존재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됐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위험을 마주하게 될 수 있는 것처럼 좋은 것도 그렇게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만나질 수 있는 거라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상대를 만나고 마음에 들고 안들고 하는 것까지는 과학적인 요소가 작용한다고 쳐도, 확실이 사람이 인연으로 이어지려면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고 확신하게 된 것은...

수학적 확율을 높여도 안될 사람들은 안되고 될 사람들은 되는 그런 걸 분명 현실 속에서 얼마든지 관찰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다 된 것 같아 보여도 또 다른 결말이 있고, 그러다가 다시 이어지기도 하는 '인연'이란 건 정말 무서운 거란 걸 깨닫게 되었음.

그래서 어르신들이 '모든 것이 끝나봐야 안다'고들 읊조리시는 듯. 한 사람의 사랑의 역사는 그가 죽을 때까지 무어라고 정의 내릴 수 없는 것일 듯.


이 영화의 다섯 주인공들은 모두 등장하는 장면은 이 장면 뿐이다. 숨어있는 이시영, 나란히 걷고 있는 김주혁과 이윤지, 조폭 공형진에게 끌려가는 오정세 ㅋㅋ


덧글

댓글 입력 영역

구글 애드센스 2


애드센스


통계 위젯 (블랙)

1329
108
526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