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래자랑(2013)_한국식 휴먼드라마 흥행공식 터득하신 것 같은 경규 아저씨 ── 영화

2013. 4. 24. 롯데시네마 합정

우리의 갱구 아저씨, 오랜 시행착오 끝에 이제 한국 관객들이 좋아할만한 흥행코드를 발견하신 듯 하다.

 

전국노래자랑이라는 결전의 무대를 향해 각처에서모여드는 사람들. 비록 경남의 작은 소도시(?) 김해에 한정된 이야기이지만.

그들 중 일부는 한 동네이기 때문에 서로 알음알음하는 사이이기도하고.

인물들의 공간은 한 곳으로 집약되지만, 시간의 흐름은 제 각각 머물던 곳에서 각자의 스토리를 하나씩 완결해 나간다.

전부 다 주연이라고 할 만큼 한 인물 한 인물 무게감 지닌  너무나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오지만 산만한 느낌은 없었다.

한 편의 다큐같은 통괘한 성공스토리 + 러브스토리 + 효도 스토리 + 직장 스토리

통쾌한 성공스토리를 담당한 최전선의 주인공은 트로트 가수인 박상태 님을 모티브로 했다는 봉남(김인권)이라는 인물이다. 소싯적 가수가 꿈이었으나 지금은 미용실을 운영하는 아내 미애(류현경)의 셔터맨 노릇이나 하고 있는 천덕꾸러기 생활력 제로의 무능남편. 그는 전국노래자랑이 고향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봉인되었던 꿈의 심장이 다시 벌렁벌렁거리게 되는 인물이다. 그리고 현실적인 밥벌이 그리고 아내와의 갈등을 극복하고 아주 드라마틱하게 무대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성공한다. 그의 출연은 우연히 TV를 보던 록그룹 부활 멤버들이 넋을 잃고 쳐다볼 정도.  

러브스토리도 있다. 산딸기 엑기스 홍보를 위해 매우 전략적으로전국노래자랑무대를 이용할 계획을 세우는 사장님(김용건) 덕분에 업무의 일환으로 노래자랑 무대를 준비하는 여심(이초희)과 동수(유연석).
회사의 멀끔한 킹카 남직원 동수를 짝사랑하던 살짝 모자란 듯한 여심, 좋게 말해 백치미라고 하나. 꼭 이런 사람이 크게 일 저지르는 법이다. 자기의 마음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썸을 타는 듯한 동수에게 애가 탄 여심은 급기야 전국노래자랑 무대에서 사장님이 하라는 산딸기 엑기스 홍보 대신 스캔들을 터뜨려버린다. 사실 난 이런 뜬금포 공개 고백을 일종의 폭력이라고 치부할 정도로 혐오하는 사람이긴 한데, 재미로 봐주기로 했다.
말이 안되는 거야 사장님이 억지로 인물 좀 괜찮은 젊은 청춘남녀를 선발해서 회사를 위한답시고 노래자랑 무대위에 반강제로 올리려고 하는 것도 어쩌면 노동법에 어긋날지도 모를 일이지만 ^^ㅋ 그것도 예쁘게 봐주기로 함. 
이 사람들 그러고 보니 애시당초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이렇게 무리한 미션도 등 떠밀려 하는 척 하면서 은근 즐기고 있었던 건지도...

노래자랑이 열리는 지역의 시장로서 지역홍보를 가장하여 흥을 뽐내고 싶은 음치 시장님 김수미를 둘러싼 에피소드는 유머 담당이었을까. 아니면 주제가 드라마 '미생'과 똑같은 거였을까.  노래실력으로는 본선 진출이 힘들 정도의 음악성을 지닌 상사의 엉뚱한 꿈 때문에 하루에도 수없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부하직원 오광록님의 일화.
산딸기 엑기스 회사와 시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드라마 '미생' 저리가라 할 정도로 애잔하다. 완전 갑의 횡포임 ㅋㅋㅋ

이밖에 싱글맘인 듯한 엄마(신은경)에 의해 외할아버지 오영감님(오현경)에게 맡겨진 손녀 보리의 효도 스토리는 눈물과 감동을 담당했다.
노인 냄세 난다고 걱정하는 역지사지가 몸에 베이신 인격자 할배 옆에 예쁘게 누워 잠을 청하는 손녀, 기억력이 흐려 동요 가사도 잊는 연로함으로 인해 그만 예선에서 탈락한 오영감님.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안타까워 앙탈을 부리는 손녀를 바라보던 오현경 님의 묘한 미소와 눈빛에서는 알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아무런 공통분모도 없는 할아버지와 손녀딸인데,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이 저런 것일까 싶었다.
눈물도 살짝. 그 장면을 보니 오현경이라는 우리나라 배우가 클린트 이스트우드보다 더 멋지고 대단한 거장처럼 느껴졌다. 그런 표정을 낼 수 있는, 또 흉내낸다고 그런 느낌이 나는 배우는 많지 않을 거 같다.

실제 전국노래자랑을 치른 듯한 후덜후덜한 배우들, 신의 한 수 김인권 님

인물들이 구질구질하기도, 배경도, 상황도 그냥 다큐같았다. 오버스럽게 보일만한 면이 있을법한데도 마치 실제 있음직한 사건들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걸 보면 연출과 연기의 조율이 절묘하게 잘 된 것 같다
송해 선생님께서 방송에 출연하실 때 하시던 말씀에 따르면 영화에 등장한 에피소드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수많은 사람이 모이는 블록버스터급 경연대회이다보니 별별 시트콤 캐릭터 같은 사람들이 다 있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배우들도 어쩜. 김용건김수미 오광록그리고 신은경이 등장하는 걸 보고 후덜후덜. 부활의 김태원하고 정동하도 나왔다.
송해 아저씨가 출연하신 건 화룡점정이고.

무엇보다도 오랜만에 드라마 '손자병법' 아저씨로 기억되는 오현경 님도 제대로 뵐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사실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참 좋은 시절'을 열심히 보게 된 계기도 이 분이 등장인물로 이름을 올린 영향이 컸다.  
아역배우조차 내가 좋아하는 아이다. 드라마최고다 이순신에서 손태영 딸로 나왔던 아이.

 

이 사람들 모두 데리고(?) 실제 전국노래자랑예선본선을 치르는 듯이 촬영하는 과정이 재미있었을 것 같다.

김인권 님은 여기서도 연기파 배우로서의 이름값을 제대로 해주셨다, 그를 주연배우로 선택한 건 신의 한 수 였던 것 같다. 다른 대체인물을 생각하기 힘들 정도다.
그리고 정말 노래를 맛깔스럽게 잘한다. 가수로 데뷔해도 될 것 같다. 개인기 수준으로 웃기기까지 하다.
자기가 잘하는 걸 알아서인지 노래 연습한 게 억울해서 뽕을 뽑으려고 그러는건지 자꾸자꾸 부르는 데도 밉지가 않았다. 나 원래 트롯 되게 싫어하는데.

류현경이라는 배우는 다른 작품을 한 번도 보지못했다. 예전에 회사 홍보 차원에서 퀴즈쇼를 제작했을 때 패널로 출연한 바람에 이름을 알고 있긴 했는데 인상도 좋고 연기도 정말 잘했다,

억척스럽지만 한 켠으로는 남편에게 한없이 마음 약한 아줌마 연기를 어쩜 그리 자연스럽게 하는지.

이 사람과 일해본 분 이야기를 들었던 바로는 평판이 좋았다. 연예인답지 않게 소탈하고 게다가 영리하고 지적이기까지 하다고.

 

요즘 넘사벽의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유연석, 요즘 이 영화에 출연했을 때에 비해서도 많이 컸다.

근데 이초희라는 배우는 오묘한 매력이 있는 캐릭터이긴한데난 이런 얼굴도 캐릭터도 싫어하는 편이라. 쩝..

실제 모습도 그렇게 어벙할 것처럼 연기를 실감나게 하긴 하더라. 아무튼 끝내 용기를 내서 고백하는 걸로 마무리되었기에 그나마 다행.

 '복면달호'가 그랬듯이 봉남이 가수 데뷔해서 히트치는 노래조차도 꾀 들을만 하다. 랩도 섞인 나름 트랜디한 리드미컬한 노래로 파이팅이 생기게 하는 기분 좋은 곡이다.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했다던 류현경의 춤실력도 깔끔하다. 막 닭살돋는 그런 율동이 아니라 자연스러움 ㅋㅋ


부모님께 보여드리고픈 영화랄까, 지극히 개인적 관점에서 우리 부모님들이 보신다면 좋아하실 것 같은 영화.
다른 친구랑 봐 버린 것이 살짝 아쉽. 한 번 본 영화를 두 번 다시 플레이하지 않는 나라서 아쉽.




눈꼽만큼의 미화도 없는 리얼함이란 ㅋㅋㅋ 










덧글

  • 행복한맑음 2014/12/24 15:44 # 답글

    으앗 일년도 한참 넘은 영화의 리뷰를 올리셨네요. 저도 전국노래자랑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 착한마녀 2014/12/26 11:00 #

    ㅋㅋ 네 제가 좀 게으른 블로거라서요. 간만에 마음 훈훈해지는 영화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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