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명성황후_'명성황후'라는 인물의 실존과 별개로 아주 감동적인 예술작품 ── 공연/전시

2011. 11. 20(일) 오후 2시, 충무아트홀 대극장 A석(3층)
이상은 서영주김선동 지혜근 이희정 김덕환


명성황후라는 실존 인물과의 갈등을 뒤로
이 뮤지컬을 관람할 당시만 해도 명성황후의 실체(?)에 대해 잘 몰랐었다.
한 때 신드롬이라 여길만큼 신격화 되다시피 했던 적이 있는데, 그 신드롬에 편승했던 것은 아니지만 대단한 ‘국모’ 이미지를 나 역시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나의 뇌로 조금이나마 주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은 결과였다.
내가 한국사에 조예가 깊지는 않지만 대충 조선 말기 주요 사건들만을 놓고 보더라도 그녀를 존경할만한 여자로 두기 위해서는 우리의 조상들, 그러니까 굉장히 과격하기까지했던 평민들을 어리석고 아둔한 대척점상에서 보아야만 하는데 그건 어딘지 정의가 아닌 것 같고. 아귀도 들어맞지 않는 것 같고. 대원군도 그녀를 싫어하고, 외세들도 돌아가면서 그녀를 견제해, 백성들도 그녀를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이거 왜 그런건지 내가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아서 도무지 모르겠는 그런 거.

어쨌거나 명성황후에 대한 애매한 좋은 이미지 정도를 가지고 있었던 그 틈에 나도 끼어있었던 것은 분명함.

그런데 그런 상태로 이 뮤지컬을 관람하니 스토리의 기승전결이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무려 소설가 이문열의 희곡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것임에도! 차라리 원래 제목처럼 '여우사냥'이라고 했으면 이해하기가 좀 나았으려나.
  
대사도 있고 여러 가지 사건도 있고 등장인물도 있고 자잘한 인과관계도 있긴 한데 도무지 큰 목적 같은 것이 없다. 명성황후를 왜들 못잡아먹어서 안달이었는지. 그렇게 존경할만한 어진 여자를...그녀를 미화하기만 했고 허물은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기에 중간을 댕강 잘라먹은 듯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거라는 건 지금에야 알게된 사실이다. 불과 몇 달 전쯤 되려나 -_-

명성황후라는 실제 인물에 대해 최종적으로 지니고 있는 지금 느낌이 뭐냐면.
사소하고 소소하게는 참 다정다감한데, 바람을 피운다는 큰 뒤통수 한 방이 있는 배우자 같은 거다.
소소하게 인간적인 면이 있고, ‘거 참 역시나 왕후장상의 씨답다’ 싶을 만큼 무게감을 갖춘 구석도 분명 있지만. 그러니까 외세의 힘을 빌려서 하려고 했던 게 백성의 안위도 아닌 왕실을 유지하는 그 자체. 나라가 망한 책임을 질 생각을 하긴커녕 새 나라에서도 왕족 노릇을 하려했던 목적만 투철했던 여자로 이미지 역변.
그녀의 자세는 어쩌면 나라도 당연히 그럴 것만 같은 인지상정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평범하게 인간적인 탐욕에 충실했기에 특별한, 더군다나 존경할만한 위인은 아니라는 결론.

이런 애매모호한 내용이 중, 일, 영어로 자막이 번역되어 외국인들에게 전해지는 자체가 참 거시기했다. 우리 전통이 담긴 창작극답게, 그 역사와 이름값 덕에 외국인 관객들이 유독 많던데.
하긴 그네들 나라의 인물들도 얼토당토않게 미화된 경우는 많으니까 뭐. 마리 앙투와네트에게도 손꼽을 만한 장점이 있다고는 하니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도적 감동을 얻을 수 있는 뮤지컬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로서는 좋은 작품이다. 음악도, 배우들도, 무대도, 의상도 모두!
큰 주제를 납득할 수 없는 총체적 난국 속에서도 이렇게 압도하는 분위기와 웅장한 아름다움, 엄중함과 비장함을 담아서 관객의 기를 죽이고 절로 눈물마저 흐르게 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니 예술하는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
 
‘멋지다’ '예술적이다' 이런 느낌이 절로 듬.
그것만으로 뮤지컬을 보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매우 감동적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나도 그 정도로 만족을 찾을 수 있는 인간에 속함 ㅋ 

무술 같은 멋진 군무에다가 배우들은 어쩜 하나같이 노래를 시원스럽게 잘하는지. 감정도 살아있고.
여러 외세가 나오다보니 이국적인 볼거리도 풍부하다. 
러시아, 일본, 중국….그리고 멀리 유럽, 미국 등을 상징하는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고
무대장치나 조명도 대형 공연답게 다이나믹함.

마냥 소름끼칠 정도로 잘 봤다.
명성황후 역할을 한 이상은 님은 정말 아름답고 국모같았다. 명성황후가 아닌 다른 어떤 왕후여도 좋겠다.
옛날에 태어났으면 정말 왕비였을 것 같은 포스. 걸음걸이 하나하나가 감동이었다. 솔직히 이태원 님의 명성황후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생각이 사라질 정도로 만족스러웠음.
돌아가셨다가 살아나서 마지막 곡을 부를 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웅장한 모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남.
대원군 역할을 맡은 이희정 님도 정말 멋졌다. 이 작품에서부터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음.

그리고 뜬금없이 눈물이 주르륵 흘렀던 장면이 있는데...
정말 뜬금없음 -_-
하지만 요즘은 남들과 웃음 포인트도, 울음 포인트도 다른 나를 이해하기로 했다. 

그 장면은 바로바로바로 명성황후가 오래도록 왕자를 생산(?)하지 못하여 갖은 눈치를 받은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나의 엄마 생각이 나면서 흑흑흐규ㅠ

뒤에 또 한 번 울었던 장면이 있는데 그건 그나마 그렇게까지 부끄러울 건 없는 것이
그렇게 힘들게 얻은 아들이 천둥벼락이 심하게 치자 무섭다며 엄마 치마폭으로 달려드는데 명성황후가 지그시 밀어내며 장차 나라의 왕이 되어야 하는데 사소한 것에 호들갑을 떨어서야 되겠냐 뭐 그런 말을 해주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아들에게 짐짓 차갑게 굴고선 뒤돌아 서서는 여느 엄마처럼 보듬어 주지 못하는 자신과, 여느 또래의 아이들처럼 응석받이 노릇을 하지 못하는 아들의 팔자를 탓한다.
세상 모든 일은 동전의 앞 뒷면과 같다더니. 만인지상의 위치에 걸맞게 사는 것도 어찌보면 천형에 가까운 괴로움이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측은해하기로 하였음. 음하하하핳하.


명성황후만 이토록 미화할 가치가 있을만큼 훌륭한 인물이라면 딱 좋았을텐데 아쉽다.



A석의 뷰는 괜츈한 선택이 되었다. 요렇게 무대와 조명 등 화려한 특수효과와 군무를 위에서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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