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북(THE BODY BOOK)/데이비드보더니스_난무하는 건강정보 속에서 균형을 잡는 법을 배울 수 있는 '바디' 정보 변천사 ── 책

바디북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생각의나무


책이 대학 서적 이상으로 두꺼워서 처음에 엄두가 안 날 뿐이지 대체로 흥미를 잃지 않은 채 넘길 수 있다.
우리 몸의 작은 세포 하나하나를 의인화하고 또 실감나는 비유로 풀어낸 대단한 책이다.
데이비드 보더니스라는 사람 정말 대단하다. 다른 책들도 다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호감을 느낌.
원서를 읽을 줄 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번역문인데다가 또 그 번역도 내가 본 판에서는 오류들이 좀 있었기에 아쉽다.

우리가 아침에 잠에서 깨어난 후 하루를 시작할 때서부터 잠자리에 든 후에 일어나는, 또 살다보면 마주치는 긴박한 공포의 상황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가정을 이루는 과정 등 누구에게나 익숙한 상황을 통해 우리의 '바디'를 흥미롭게 조명한다.
의사가 아닌 이상 이 정도만 알아도 평생을 살아가는 데 무리가 없겠다 싶다.
책을 읽고 나니 내가, 또 다른 모든 인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무려 감개무량할 정도.
어떠한 거대한 자연의 법칙, 원리에 거스르지 않게 건강을 관리하고 '바디'의 항상성을 지키는 것이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큰 행복이자 중요한 의무 중 하나임을 다시한 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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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 우울증과 공황장애, 적응 장애 등 감정 조절 장애에 광범위하게 처방되는 ‘발륨’에 대해
데이비드 보더니스는 현대의과학을 신봉하는 듯하지만 인간의 감정을 뇌의 화학작용으로 보고 조절하려는 등 현대의학이 가진 맹점 역시 지나치지 않는다.
감정이 일으키는 증상을 그 감정을 망각하게 만드는 식으로 얼마든지 조절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결코 조절되지 않는 현실 속 근본원인은 어쩔?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기를 거부한  채 이뤄지는 치료는 환자로 하여금 점점 더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약물에 의존하게 만는다.
끊으려 해도 잘 안되겠지만, 너무 힘들어서 찾을 수밖에 없겠지만 아무튼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 상대로 약이 만능이고 그걸 먹으면 안정과 평화를 찾을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과잉처방 풍토는 경계해야겠다.

- 제대로 된 경구용 피임약은 불과 1950년대 초에 처음 발명되었다.
요즘 피임약의 성공률은 99.6퍼센트에 이르고 부작용은 매우 미미하다. 하지만 의도치 않은 최초 임상시험은 후진국인 푸에르토리코 여성들에게 시행되었다. 이 불쌍한 여성들에게서 혈압 상승이나 뇌혈전 또는 지독한 경련을 동반하는 이상반응을 관찰한(?) 후 최초 용량의 절반 이하로 조절한 복용량이 오늘날 권고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0-1970년대 새마을 운동 당시 배급되던 피임약이 바로 한 단계 안정화된 약들이었을 것 같다. 10-20년이 경과한 뒤이기에 이 땅의 이전 세대 여성들의 몸에는 별 문제가 없었을 것 같다. 이런 이기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 남자들이 불쌍하다.
123명의 남아가 잉태되면 그 중 100명만이 출생에 성공한다. 유산 확률이 엄청 높다.
지구촌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신생아 출생 성비는 여자보다 훨씬 높지만 노년으로 갈수록 먼저 사라져버리는 남자들이 많다.

모체는 잉태한 아이(가 될 그 무엇)가 기형아라고 판단되면 자신이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유산을 시켜버린다.
여자는 그저 평소보다 생리양이 좀 많다고 생각할까말까 하는 정도. 이런 자연 유산이 전체 임신의 10% 정도라니.
모든 인간은 엄마 몸의 자율거부 선택시점을 통과하고 태어난 대단한 존재들이다.

- 나도 여태 몰랐던 놀라운 사실은 임신초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태아가 기형이 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거의 모든 작용은 초기 8주 이내에 마무리된단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초기 대신 우리나라의 산모들은 말기로 갈수록 더욱 몸을 아끼고 사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게다가 이 중요한 시기를 절반이나 넘겨서 임신 사실을 알게 되기라도 하면. 쩝.

그래서 모든 일에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최고라고 하는 것 같다. 애를 그냥 생기는대로 되는대로 '쑴풍쑴풍' 낳는 것보다 차라리 난임이라서 애초에 몸조심을 하고 기다리다가 임신을 하는 편이 아기한테는 더 축복일수도 있겠다 싶다.
아무튼 기형아에 대한 필요이상의 두려움은 사라졌다. 우리 인체는 이미 기형아를 골라낼 줄 아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약간의 지식을 실행에 옮기는 것으로 막을 수 있으며, 또 그 나머지는 인력으로 어찌 안 되는 유전의 영역이므로 과도한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다.

- 미국이라는 나라는 볼수록 우월한 것 같다.
선진국 중에서도 최고로 꼽힐 자격이 있다.
불과 1950-60년대 기형아 양산(?)의 원인이 되었던 입덧방지용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의 부작용이 미국만은 피해갔던 것을 알게 됨. 바로 그 유명한 미국식품의약국 ‘FDA’이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생존 출산아 100명을 기준으로 치료목적의 인공유산비율을 살펴보면 미국은 12회에 불과하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독일은 서독만 25회이며 일본하고 프랑스는 50이다.
헝가리는 무려 125, 이건 즉 태어나는 아기보다 태어나보지도 못한 채 죽는 아기가 더 많다는 건데…지금은 집필시점보다 몇 년 지났으니 어떻게 변동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가래로 막을 일을 호미로 막을 줄 아는’ 최고 수준의 국가가 미국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 남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행위는 정말 큰 죄악이다.
이건 칼로 배때기를 쑤시는 것보다 더 악질적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무겁게 깨달음.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증거는 수도 없이 많으므로 생략하고.

비록 스트레스를 받고 평정심을 잃더라도 표정만은 관리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감정이 상해 얼굴 찌푸릴 때 또 다시 세로토닌과 키닌이라는 좋지 않은 호르몬이 분비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데다가
억지 미소 역시 매우 해롭다고 한다. 불괘한 겉치레일 뿐이니 기분이 나쁘지.
과장되게 웃거나 찡그릴 때 얼굴의 콜라겐이 찢어진다고 한다. 특히 40이후에는…
흠….그러니까 동안(babyface)은 인내심과 관용을 지닌 인격자일 확률이 높은 거다. 반면에 감정 코드가 이상해서 모든 것에 무감각한 싸이코패스일수도 있겠다. 동안인 사람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호감을 갖던 버릇은 좀 조심해야겠다.

- 스트레스 학설의 창시자인 한스 셀리에는 스트레스를 가져보라고 말을 했다.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스트레스도 없는 법이니 그렇게 해석된다.
“항상 성취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목표를 향하여 투쟁하라.
그러나 결코 쓸데없이 저항하려고 싸움을 계속 하지는 마라”


- 최면술은 별로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최고고.
최면술을 뜻하는 '메스머리즘' (mesmerism)은 프랑스의 의사인 안톤 메스머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최면술 치료사들이 당시 귀족 여인들을 치료라는 명목하게 홀려서 성희롱을 하는 식으로 기행을 저지르곤 하는 바람에 그는 오스트리아에서도, 파리에서도 추방되었다고 한다. 이 사람을 단속했던 사람이 그 유명한 벤자민 프랭클린이었다고 하니…

- 망상체를 교란하는 것 중에 잠 빼고는 쓸만한 게 없다.
그 놈의 최면술도 그렇고 사이비종교, 술, 약물(LSD, 헤로인, 마리화나) 등이 모두 같은 원리다. 우리 '바디'의 망상체를 교란하는 기술임.
한정판 술의 전용잔이나 컵 따위를 수집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술은 그만한 정도도 먹고싶지 않아졌다.
와인도 순수한 완전체는 아니고 유해한 첨가물이 미량이나마 들어 있어 질떨어지는 것을 장복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다. 의외로 보드카가 그런 첨가물이 가장 적고, 버번은 같은 도수일 때 무려 70배의 첨가물을 가짐. 캐리비안 해적의 잭스패로우가 노래를 부르며 찾던 술이 바로 버번이던가. 그도 영화 속에서는 멋있지만 현실로 튀어나오면 상태가 좋지 않다.
아무튼 “술은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마신다”는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결론은 마음에 든다.

-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프로이트에 대한 생각이 나와 비슷하다.
그가 프로이트의 연구를 조롱하니 참 통쾌하다. 프로이트는 모든 것을 성(sex)과 연관시켜서 생각하는 편집증 환자같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말그대로 프로이트의 정신을 분석한 것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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