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광화문 연가(2012)_영롱하고 아름다운 조성모의 목소리로 듣는 이영훈 선생님의 주옥같은 곡들만으로 만족 ── 공연/전시

2012. 2. 24. LG아트센터 A석 (3층 2열)
CAST : 조성모 최재웅 리사 정원영 이율 서인국 구원영 김태한


윤도현이라는 무대에 특화된 성량이 매우 풍부하여 시원시원하고 불안하지 않은 가창력을 보여줄 것 같은 선택지가 있었지만
난 어쩐지 뮤지컬 배우 조성모의 실체(?)를 보고 싶었다.

음색이 워낙 영롱하고 아름답긴 하지만 연기와 때론 격한 춤까지 겸비해야 하는 뮤지컬 무대에서 그의 목소리가 행여 관객들로 하여금불안감을 느끼도록 하지나 않을런지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역시 한 때 가요계를 주름잡던 대상 받아본 가수의 저력은 결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앞서 쥬크박스 뮤지컬의 장단점에 대해 쓴 적이 있는데, 이미 존재하는 음악들을 엮다보니 부자연스럽기도 하고 음악들이 한 곡 한 곡 이미 귀에 익어 있는 것이 장점도 되지만 단점도 된다고.
아무리 잘 엮어도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느끼기 이전에 귀에 익은 명곡들이 먼저 뇌를 자극할테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고 이영훈 작곡가님의 주옥같은 노래들을 한 자리에서 잔뜩 들었다는 만족감 그 뒤에 스토리는 직관적으로 다가오지가 않음.
그건 이영훈 님의 거의 모든 곡들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에 대한 쓸쓸함을 주요 내용으로 하기 때문에, 즉 모든 메시지가 비슷비슷하므로 한계가 있을 것 같다. 그걸 감안한다면 가장 이상적인 스토리 구성일지도 모르겠다.

마음에 들지 않는 고전적 삼각관계 스토리
하지만 이게 최선일 듯

스토리는 다소 지루하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류의 이야기라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우유부단한 남자, 나쁜남자, 수동적인 여자...이 셋의 사랑이야기이다. 거기에 대학생들이 민주화 운동을 하던 시대적 배경이 더해지니 살짝 복잡다난하기도 하다.

상훈은 대학시절부터 이미 천재 작곡가로 이름을 날리던 뮤지션이다. 같은 과의 현우와는 절친 사이.
학우들이 시위에 참가하는 데 열중이던 시절, 상훈은 뒤로는 그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존재이지만 겉으로는 동요하지 않은 듯 묵묵히 음악에 매진한다.
어느 날 그들의 작업실이 있는 라이브 카페 블루아지트에 여주인공 여주가 찾아와 무대에서 상훈이 만든 곡을 부른다.
여주의 모습을 보기도 전에 그녀의 목소리에 먼저 마음이 뺏겨버린 두 친구.
여주는 상훈, 현우와 삼각관계가 된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사제지간인 듯한 나이 든 상훈과 젋은 청년 지용.
지용은 자기가 쓰고 있는 시나리오에 대해 상훈에게 해맑은 표정으로 열심히 설명을 하며, 그런 지용을 상훈은 흐뭇하면서도 의미심장하게 대한다.
비밀이 많은 것 같은 과묵한 상훈이 무심코 던지는 듯한 한마디가 특별하게 와닿는 지용, 아마도 자신의 어머니가 젊었을 적 겪었던 사랑 이야기임을 알아차렸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의 어머니를 평생동안 마음에 품고 있었지만 사랑의 결실은 맺지 못했던 상훈이라는 한 남자에 대한 복잡한 심경인지도.
나는 '사실 지용이 현우의 아들이 아닌 상훈의 아들인가?' 이런 막장스러운 생각도 했다는 ㅋㅋㅋ

결론을 말하자면 여주는 애시당초 상훈에게 호감을 느낀 상태였지만 목석같은 상훈에 비하면 적극적인 현우에게로 점차 마음이 움직여 간다.
상훈은 전형적인 우유부단형 배려남인데, 여주를 좋아하는 만큼이나 현우에 대한 의리도 강했던 듯 싶다.
현우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이다. 친구의 마음을 모르지 않을텐데도 모른 척 자신의 사랑을 찾는 이기적 실속추구형 남자. 그렇게 여주의 마음을 훔치고서도 또 한참을 소식도 없이 잠적하고, 자기 여자가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서 하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다니는.

여주는 그냥 평범한 여자인 것 같다.
나같은 비범한 여자라면 누가 더 적극적이던 말던 그냥 내 마음에 있는 남자에게 갈텐데, 그 남자가 소극적이라면 내가 더 적극적으로 잡아당기면 되지. ㅋㅋ

그런데 내가 보기에도 상훈은 잡아당겨봤자 함께 행복할 일 없을 것 같은 답없는 스타일의 남자다. 우유부단함은 둘째로 치고 그의 쏘울을 지배하는 어둠과 우울 때문에.
남자답고 명랑쾌활한 현우에게로 마음이 움직이는 건 그럴만하다.
상훈에게는 그냥 먼 훗날 옛날을 떠올리며 슬픈 추억에 잠기는 역할놀이가 딱 어울리는 것 같다.
'우울함은 나의 힘'일 것 같은 예술인 역할이.
그래서 음악인으로서의 명성을 얻었겠지만 행복한 사랑의 추억은 그의 것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은 그의 것이 아니었을지 몰라도 추억만은 영원히 그의 것일런지도?
사랑의 기-승-전-결을 모두 경험해 애정과 함께 증오도 쌓였을 현우와 여주보다도 상훈의 기억이 더욱 순도높은 것일 수도 있겠다.

고 이영훈 선생님에게도 그런 사랑이 있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2008년에 작고하신 이영훈 선생의 연세가 불과 48세밖에 되지 않았었단 사실에 놀랐다. 예술의 고뇌에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나이가 드신 듯. 그리고 천재들이 늘 그렇듯이 일찍 하늘나라로 가셨다.


고 이영훈 님의 주옥같은 곡들을 조성모의 음성으로 듣길 택했던 건 잘한 것 같다.
내가 본디 미성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뮤지컬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미성이기 때문에 특별한 무대로 기억된다.
뮤지컬 배우 조성모도 상당히 괜찮았다.

그리고 서인국. 그 때 이후로 엄청 잘나가게 된 서인국도 괜찮았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답게 노래도 괜찮게 하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연기도 잘했다. 

그리고 원래 좋아하는 정원영 배우 ㅋㅋㅋ 비중이 좀 작은 것 같았지만 ㅠㅠ
아무런 설명이 필요없는 여주인공 여주 역의 리사님! 

이런 대단한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었다니 기분 좋다.

엔딩 곡 '붉은 노을'로 콘서트 분위기가 됨. LG아트센터 A석 3층 2열 1번 자리의 뷰이다.
이런 자리는 올라 갈 때 현기증이 나서 어르신들에겐 정말 비추이지만 젊은 나에게는 여러 모로 마음 편하다. 어르신들 뮤지컬 보여드리고 싶을 땐 반드시 편안한 로얄석으로 끊어드리자.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고 쳐도 말이다. 
위쪽에서 보는 뷰의 좋은 점은 무대 전체에 비추는 조명 연출을 내려다 보는 재미도 한 몫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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