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암(2002)_우리 애니다운 자랑스러운 2D 애니 ── 애니메이션




2003. 8. 13 코엑스 오디토리움

이거 정말 완벽한 한국의 2D 애니다.
과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한국의 美란 이런거지 싶은...
큰 줄거리도 깔끔하고, 소소한 에피소드도 재미있고.
무엇보다도 그림체가 호감을 불러일으킴. 아이들 얼굴이 시크하고 트렌디하게 잘빠짐 ㅋㅋ
<마리 이야기>의 경우 어디에서도 볼 수없던 몽환적인 그림체로 배경만큼은 돋보였지만 인물은 전원일기나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수준이었기에 -_-

일종의 '전설'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기는 해도 SF적인 요소는 전혀 없어서 실사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화에 별다른 메리트가 있을 성 싶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길손이가 법당에서 이런저런 사고를 치는 장면과 아이들의 과장된 귀여운 표정들은 실사 영화에서는 절대로 만들 수 없는 큰 눈요기거리였다. 너무 귀여운 장면들임.

'오세암'은 백담사에 딸린 작은 암자이다.
다섯살 난 어린이가 이 곳에서 성불을 했다는 설화가 얽힌 곳이다.

길손이는 눈 먼 누나 감이와 단 둘이 세상에 남겨졌다.
집에 불이 나서 엄마는 길손이가 젖도 떼기 전에 돌아가셨고 그 때 누나의 눈도 멀게 되었다. 그렇지만 아직 다섯 살밖에 안되는 어린 아이에게 죽음의 의미는 받아들여지기 힘들 터.
누나 감이는 마음으로 간절히 부르면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정도로만 말을 한다.

정처없이 떠돌던 어린 남매는 겨울을 앞두고 어느 마을의 절집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살얼음판 걷듯 혹독한 수행을 하는 스님들 틈에서 온갖 사고를 치는 장난꾸러기 길손이.

어느 날 스님은 장을 보러 잠시 산 아래로 내려가는데 폭설을 만나 암자에 돌아올 수 없게 된다.
혼자 남은 길손이를 걱정하며 암자로 올라가려 무리해 보지만 부상을 당하고 정신을 잃어 봄이 다가올 때까지 시간을 지체하게 된다.
그 동안 장난을 너무 많이 쳐서 스님이 화났나 걱정하던 길손이는 하루 이틀은 가마솥에 남은 밥을 먹어가며 허기를 달래곤 하다가 법당에 앉아 자기가 늘 보아왔던 스님의 흉내를 내듯 마음으로 간절히 엄마를 부르기 시작한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엄마의 따스한 손길이 길손이를 품어준다. 놀아 달라면 놀아주고, 배고프다면 젖을 주었다.

스님과 누나가 암자로 돌아온 순간, 길손이를 관세음보살이 데려간다.
다섯 살 아이는 그 오랜 시간동안 수행을 하던 많은 어른 스님들보다 순수한 영혼이었다.
눈을 뜨고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누나 감이는 실망을 한다. 길손이에게 듣던 세상보다 훨씬 별로인 세상이라서.
나야 불교신자인 관계로 이 애니의 결말을 비교적 잘 이해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기-승-전-불교적가르침'으로 마무리되는 이야기 구조가 감동을 반감시켰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참선했더니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뭐 이런 식으로 대충 <사랑과 영혼>식으로 정리했더라면 좀 더 흥행할 수 있었을까. 이런 수준의 애니가...망해도 너무 망했다 ㅠㅠ
윤도현과 이소은이 주제곡도 불렀는데, 도대체 왜?

아니면 포스터만 보곤 너무 슬플 것 같아서 관객들이 외면한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궁상맞은 작품이 절대 아니었는데 억울하게 되었다.
줄거리만 보면 마치 <식스센스>같은 영화처럼 일종의 공포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지만, 절대로 그게 아닌 걸로 잘 포장(?)되어졌다. 알고보면 좀 간담이 서늘하긴 해도...
어린 아이가 홀로 남겨진 채 얼어 죽어갔다는 단순한 사실만 보는 것이 우리 어른들 식이지만,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엄마를 만나는 꿈을 이루었다는 이면의 의미를 극대화함으로서 위안을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동화나 종교적인 메시지가 의미가 있는 거고 그걸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시각화 한 것 같다.

다섯 살 장난꾸러기 길손이는 그 나이에 맞는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이다.
길손이의 대사는 배꼽을 잡을만큼 웃기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짠한...웃픈 대사.
그래도 짠한 것 보다는 아이다운 4차원 기발한 발언들에 웃음이 절로 지어지는 즐거움이 훨씬 컸다.

예를 들면 자기를 괴롭히는 이웃의 못된 형제들을 두고
"쟤네는 저렇게 못된 애들한테도 엄마가 있는데, 왜 나는 없어?" 라던지.

사람들이 스님이라고 부르는 아저씨에게
"이름이 스님이야? 재미있는 이름이네~, 스님 아저씨" 라고 하질 않나.
참선을 하는 스님에게 "나랑 좀 놀아요. 벽만 보고 있으면 뭐해, 벽에 뭐가 있어?" 라고 엉뚱한 소리를 하고.

스님과 누나가 자꾸 마음을 다하면 엄마를 볼 수 있다고 하자.
"계속 마음을 다해 불러도 엄마를 볼 수 없다"며, "어떻게 하는 것이 마음을 다하는 것이냐"고 묻는 아이.
"내가 꼭 마음을 다하는 방법을 먼저 배워서 누나에게 가르쳐 줄거야. 누나도 엄마를 보고 새를 보고 나무를 볼 수 있도록"

너무 천진난만한 대사와 에피소드들이 가득가득하다.
이건 아마도 정채봉 작가님의 필력에서 나온 것일 가능성이 크겠지만 ^^;


그리고 결말은 비록 죽음의 경계를 너머선 곳이 끝은 아닐 것이라는 희망. 엄마와 길손이는 그 곳에서 더욱 행복할 거라고 말이다.
그건 사실 커다란 위안이 되는, 살아있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기에 이 작품은 나름의 해피엔딩인 거다.
다만 오해하지는 말자. 어린 아이의 죽음을 미화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돌아간 상황에 대한 위로인 것 뿐.

주제곡도 너무나 좋다. 이병우와 성시경이 참여한 <마리이야기>만은 못해도 ㅋ
윤도현과 이소은이 함께 부른 '마음을 다해 부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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