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사탕(1999)_영호가 변하지 않는다면 돌아갈 수 있다한 들 소용이 없을 것 같은 불편함 ── 영화

2011. 2. 19. 시네마테크

10년이 훨씬 지난 뒤에야 본 이창동 감독님, 설경구 주연의 <박하사탕>

"나 다시 돌아갈래에에에~~~" 라고 외치는 유명한 장면이 여기저기서 리플레이되고, 이 장면에 대한 갖은 패러디들로 도무지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던 이 영화.
그래도 막상 찾아서 보고 싶지는 않고, 또 이창동 감독님의 오아시스도 싸구려인 내 취향에는 너무 과분한 수준높은 영화였던 터라 이해를 할 수 있으려나 싶어서 외면했었는데 이창동 감독님 회고전을 통해 드디어 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어둡기만 하고, 은유적이기만 한 난해한 영화는 아니더라.
그 웃음이 비록 쓴웃음일지라도 나름 유쾌한 재미도 있었고 관객에게 비교적 직구로 던져주는 듯한 감독님의 메시지 덕분에.
그 메시지에 공감하느냐 비공감하느냐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겠지만 아무튼 영화적으로는 그랬다.

역시 설경구 님의 연기는 소름이 끼쳤다. 이건 완전 배우 설경구가 아니라 다큐 주인공 '영호'였다.

영화는 극 초반에 철길 위에서 "나 다시 돌아갈래에에에~~~~"라며 간절히 살고싶은 듯, 혹은 자포자기하여 죽고싶은 듯, 혹은 어린아이가 투정하는 듯 외치며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김영호의 모습을 비춘다. 그리고는 김영호가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려주겠다는 듯 차례차례 과거의 일화를 들춘다.

영화 마지막 장면도 다시 그 철길위에서 "나 다시 돌아갈래에에에~~~"를 외치는 영호의 모습을 비춰주는 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자막이 오를 때 나는 영호가 돌아갈 만한 곳이 어디인지 잘 가늠할 수 없었다.
영호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어떤 걸 바로잡을 수 있을까.
죽자사자 자기를 쫓아다니던 아내 홍자를 화김에 선택하듯 택하지 않았으려나, 아니면 먹고 살 만 해지자 바람을 피우던 그녀를 모른 척 넘어가 주었으려나.
형사를 할 때 고문을 그렇게 잔인하게 하지 않았으려나.
아니면 경찰을 때려치우고 가구점을 개업하지 않았으려나, 개업을 하더라도 그 사기꾼같은 나쁜 놈과는 동업은 하지 않았으려나.

하지만 영호라는 인물을 두고 최종적으로 남는 생각은 뭐냐하면
'제 신세를 지가 볶아도 분수가 있지~'
나머지는 사회가 부조리해서 심약한 자아가 버텨내지 못한 것이라 쳐도, 사랑만큼은 제대로 선택할 수 있었잖아.
자기가 사랑하고 또 자기를 사랑해주던 순임이와 잘 해볼 것이지, 무슨 반항심리로 마음에도 없는 홍자같은 여자를 건드려.
경찰이 잘 되어놓고 왜 진드건히 견디지를 못해, 살다보면 견디기 힘든 시절도 지나고 견딜만한 시절도 지나고 하는건데.
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업은 왜 해, 사업을 시작했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사업 잘 꾸릴 생각만 해도 잘 될까말까할 판에 어디 감히 여직원과 바람을 피워.

에휴, 못났다 못났어. 그에게는 남들만큼의 기회가 충분히 주어졌었다.
진정한 사랑의 기회도 꽤 괜찮은 직업도 가져보고, 또 사장 소리도 들어보고...
잘 보면 얼마든지 좋은 선택을 할 수도 있었는데 인생의 매 순간 그는 비뚤어진 선택만 했다.


혼수상태에 빠져 누워있던 첫사랑 순임을 보면서 영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기가 첫사랑 순임을 선택했더라도 무지개빛과 같은 사랑이기보다 더 치열하고 절망적인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을지 모른다고 안도했을까,
아니면 어차피 이렇게 허무한 인생 짧은 시간이나마 알콩달콩 그녀를 아끼며 잘 살아봤더라면 후회하지 않았을 거라고 억울해 했을까. 
홍자가 아닌 순임을 선택했더라도 자신의 운명은 별반 나을 것이 없었겠다 싶어 소름 돋았을까.

영호가 과거를 돌이켜 보면서 어떤 심경의 변화가 생겼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나 온 삶 속의 정신상태에서 아무런 변화없이 그대로라면 타임머신이 나타나서 원하는 과거 어느 시점으로 그를 되돌려 준다 한 들 그 밥의 그 나물인 인생을 다시 재생할 것만 같아서...불편했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말할 때 '불편하다'고들 평하던데 나는 이런 이유로 불편했다.

그리고 이 날,
이창동 감독님을 뵈었다. 포쓰가 장난아님.
나는 머리도 못감고 쌩얼에 모자 쓰고 가서 인증샷을 못찍었지만.
지인의 인증샷을 찍어주는데 내가 원래 수전증이 좀 있는데다가 긴장이 되었나보다.
핸드폰 카메라 부분을 다른쪽 손으로 반쯤 가리고서 사진을 찍겠다고 셔터를 누르려던 걸, 렌즈 가렸다면서 손수 내 비루한 손가락을 살짝 치워 주심 ㅋㅋㅋ
역시 감독님이시라 상대방 렌즈에 무엇이 보일지도 본능적으로 계산을 하시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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