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장사 마돈나_못생긴 여자가 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동구를 이해해 주고 싶은 영화 ── 영화



2011.2.12.토.시네마테크

 

개봉 당시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외면했는데 화제도 많이 되고 재미있게 잘 만들어졌다는 소문을 들었기에 한국영상자료원의 영화제 때 기회를 잡아 뒤늦게나마 스크린으로 보게 되었다.

꾀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정말 재밌게 봤다.

 

소재는 익히 알려졌다시피 여자가 되고픈 오동통한 남자아이 오동구(류덕화)의 이야기다.

어릴 때부터 영혼은 여자인데 몸이 남자라 생각하며 성정체성에 혼란을 겪어 온 동구는 성전환 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씨름부에 들어가 대회 우승 상금 500만원을 노리게 된다.

강호동같은 훌륭한 개그맨이 되기 위해 씨름을 열심히 하겠다고 하는 것보다 수천 수만 배 황당한 출사표이다. 

 

동구가 짝사랑하는 일어선생님(구사나키 쓰요시, 우리 이름 초난강)도, 씨름부 지도교사(백윤식)를 필두로한 부원들도 모두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장면들을 연출해준다.

그래서 영화는 그 소재의 무거움과 별개로 분위기가 청승맞거나 인물이 동정심을 유발하고, 철학적인 사유를 얹어주어 관객을 심난하게 하는 그런 뻔한 부류를 벗어났다.

또한 주인공을 억지스레 감싸고 변호하며 이해를 강요한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동구가 여자가 된다면...하리수처럼 예쁘지도 않은데, 사는 것이 좀 피곤하겠어.'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적어도 주인공 동구를 미화한 것은 아니지 않나 싶다.

 

동구도 알고 있다. 가끔씩 만나는 엄마에게 이렇게 푸념하는 걸 보면.

"나도 알아. 못생긴 여자가 될 거야"

하지만 그렇더라도 동구는 살기 위해서 여자가 되어야만 할거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심각하고 거북한 캐릭터는 동구의 아버지로 나온 배우 김윤식이었는데,

아내 없이 아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고군분투 하지만 자식들에게 사랑을 제대로 표현할 줄 몰라 겉으로 폭력성 짙은 아버지가 되어버린.

감독님들이 트렌스젠더나 게이 같이 성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사람들에 대해 연구를 좀 하신 모양인 것 같다. 요즘은 많은 학자들이 유년시절에 아버지와의 친밀한 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데서 그 원인을 찾는다고 하는데.

단, 내가 알기로는 성전환 수술을 감수하고서라도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트렌스젠터들의 경우는 유전자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성장과정에서 후천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경우는 게이, 즉 동성애성향이 있는 남자들이라는 것.

 

그렇다면 이 영화는 약간 오해의 소지가 있겠다.

위에 언급한 학설들이 맞다면(나 개인적으로는 저 학설들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다) 동구는 엄한 아버지 탓에 비뚤어져버린 아이가 아닐테지. 신의 실수로 처음부터 잘못 태어난 아이다.

단순이 게이가 되어 남들과는 좀 다르게 쾌락을 즐기고자 하는 것과 자신의 영혼의 실제 모습대로 살아가기 위해 수술이라는 커다란 위험을 감수하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치면 동구는 희화화해서 웃고 넘기기에는 정말 안쓰러운 아이이다.

 

실물 류덕환을 처음 만난 날

온몸을 살찌워 오동구가 된 류덕환에 대한 급호감은 이날 시네마토크에 짠하고 나타난 실물을 보고 증폭됨. 키는 좀 작았지만 완전 꽃미남이었다. 아이돌 가수를 지망하는던연습생 출신이라는 사실도 이날 처음 알았는데 어쩐지 영화 속에서 춤사위가 예사롭지 않더라니. 목소리도 좋고.

이후에 류덕환은 장진 감독의 '서툰 사람들' 연극 무대를 통해 질리도록 가까이 본 적도 있어서 이제는 뭐 그냥 동네 동생같기도 하고.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딛고 앞으로도 꼭 잘되었으면 하는 배우이다.

 

그리고 이 때 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어버린 고 이언.

실제 씨름 선수 출신이라서 극중 배역에 너무나도 잘어울렸던 그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고.

 

아직 인기가 드높지 않았던 시절의 김윤석, 그리고 사차원의 사부님 역할에 제격인 백윤식,

"왠일이야. 이 늦은 밤에, 그랬쿠나, 무서운 쿰을 쿠었쿠나."의 초난강까지.

모두가 조화로웠던 영화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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