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문으로 국정을 농단하는 방법 - 끝. 시뮬레이션

그럼 대체 발표문이 대체로 왜 추상적 개념의 '보안문서'조차도 되기 힘든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예=========================
A와 B라는 사람이 12월 25일 오후 8시에 파티를 열기로 했다고 가정을 해 봅니다.
A가 파티에 누굴 초대할지 음식은 뭐할지 준비하기로 합니다. 
B는 이 때부터 파티한 걸 페이스북에 사진이랑 같이 인증하고 '좋아요'를 받기 위해 나름 준비를 합니다.

- 12월 10일 
A가 말합니다. 
"이번 파티에는 갑, 을, 병, 정, 을을 부르고
음식은 피자, 파스타, 칠면조 구이를 할거야."
B는 당일날 쓰기에는 바쁠 것 같기도 하고 파티를 좀 더 즐기기 위해 미리미리 페이스북에 올릴 문구를 써서 메모장에 보관해 두기로 합니다.
초초초초안 :
[갑, 을, 병, 정, 무랑 피자, 파스타, 칠면조 구이 먹으며 크리스마스 파뤼!]

- 12월 20일
A가 말합니다.
"무가 못온데, 그리고 칠면조는 구하기 힘들어서 그냥 빼려고 ㅠㅠ 대신 치킨을 추가하지 뭐"
B는 페이스북에 올릴 문구를 수정해야 합니다.

수정안: 
[갑, 을, 병, 정무(삭제)랑 피자, 파스타칠면조 구이(삭제), 치킨(추가) 먹으며 크리스마스 파뤼]

- 12월 25일 오후8시 (파티 당일)
갑이가 30분 정도 늦는다고 합니다. B는 인증사진을 늦게 찍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기다립니다. 
그런데 을이가 얼굴도장만 찍은 후 바로 다른 파티에 가봐야 한다며 서둘러 떠납니다.
최종 사진에는 을이마저 빠지고 최종 문구는 이렇게 바뀝니다.

최종안 : 
(사진 첨부와 함께)
[갑, 을,(삭제) 병, 정랑 피자, 파스타치킨먹으며 크리스마스 파뤼!, 을이가 일찍 가서 사진도 같이 못찍었네 ㅠㅠ 담에 꼭 끝까지 같이 놀긔(추가 및 변경)]
===========================================

위의 예에서 보시듯이 발표문은 최대한 일찍 시작한다해도 행사 준비 이후에 정보를 얻어서 작성할 수밖에 없는 문서입니다. 행사 준비하는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얻더라도 또 변경되는 내용들이 속출하니 숙달된 실무자라면 아예 12월 25일 당일에 즉흥적으로 페이스북 메시지를 쓰고 마는 것이 현명한 선택 아닌가요? 
실제로 행사의 준비가 어느 정도 막바지 단계에 이르러서야 서둘러 준비하기 시작하는 경우가 다반사이지요.


'발표되기 전의 보안은 중요하잖아요!' 엠바고 어쩌구
네, 무엇이든 이왕이면 짠!하고 발표하는 것이 좋은 그림입니다. 그래서 보안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어찌어찌 공개가 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 해도 헤프닝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이 발표문 작성 상황이 위와 십중팔구 급박하게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지금껏 정부 홍보조직에서 준비한 행사의 발표문 사전 유출(?)로 누군가 손해를 봤다는 사례는 본 적이 없습니다. 
기업의 투자발표나, 신제품 발표나, 회사 경영권을 누구한테 물려준다던가, 정부 입찰 결과 발표나 그런 것들과 혼동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만일 그런 종류라 할지라도 일단 조심은 하시길 간곡히 권유드리는 바입니다. 
발표문은 발표자의 입으로 비로소 읽혀지기 전에는 그냥 불확실한 '소문'이나 '사기정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속성을 지니거든요.

다시 최악의 상황들을 가정해 봅니다.
위의 예에서,
12월 19일쯤 C라는 애가 나타나서 관심 좀 받아보려는 목적으로 [A네 집에서 파티한단다. 누구누구 오고 음식은 뭐뭐뭐 한데]라고 페이스북에 먼저 게시한 들, 25일이 지나면 C는 거짓말쟁이 헛소리쟁이가 됩니다. A,B가 화가 나서 음식 메뉴를 탕수육, 만두, 짜장면으로 바꾼다면 더더욱! 
12월 24일이라는 비교적 발표일에 가까운 시점에 공표하더라도 25일 당일의 바뀐 사정이 반영되지 않은 헛소리일 뿐입니다.

그래서 발표문을 먼저 주더라도 기자들은 어차피 그걸로 기사도 안씁니다. 
행사가 임박하기 전까지 엠바고를 걸고 뿌리고 싶은 문서도 만들어지지도 않고 ㅠㅠ, 
완성단계의 발표문에 엠바고를 굳이 걸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지킵니다.

주최측에게 빅엿을 날리려고 먼저 기사를 내면 어떻게 될까요?
행사 주최측에서 다시 반격할 수 있습니다. 발표문 발표직전까지도 문구 수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니 교묘하게 바꿔서 대응하면 해결됩니다.
우리말은 훌륭해서 '사랑한다=은애한다=너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손에 물한방울 안묻히게 나불나불 등등'으로 뼈는 그대로 두고 살을 붙이고 빼가며 얼마든지 그 표현을 바꿀 수 있습니다.   
단, 홍보 실무자들이 한 번 더 정신없고 귀찮아진다.

이번에는 지극히 현실적으로 가정해 보겠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최순실씨라서 드레스덴 연설문을 하루 전에 입수했다고 가정하고 기자들에게 100만원에 거래하자고 딜을 제안한다면? 
일단 딜을 할 언론사를 찾는데도 시간이 소요되고,
언론사 입장에서도 그렇게 입맛 당기는 거래가 되진 않는다는 거죠. 어차피 지금 기사를 게재하더라도 사람들이 잠자는 시간 빼고 하루동안 얼마나 관심있게 읽어서 조회수를 늘려줄지 보장도 없고 수 시간만 기다리면 온천하게 뿌려질 정보를 얻겠다고 그만큼 대가를 지불할 이유는 없습니다.

단, 제가 기자라면 한 5천원이나 1만원선에서는 살 것 같기도 하네요. 
그 이유는 행사가 진행되는 중 남들이 옆에서 짱돌 열심히 굴려가며 기사 쓸 때 [이날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요러쿵저러쿵 선언했다]고 미리 써뒀다면 저는 누구보다도 빠르게 기사를 편집장에게 송고해 버린 후 만찬장으로 유유히 이동해서 밥먹고 술먹고 기념품도 챙겨서 업무종료하면 수월해지는 딱 그 정도 가치금액. 
실제로 소소한 단체나 협회, 또는 중요도가 비교적 낮은 행사의 발표문은 절~대로 바꿔 읽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하루 정도쯤 미리 건네주어 기자들의 편의를 봐주는 경우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기자들은 습관적으로 연설문 담당자를 마주치면 "연설문 나왔어요? 미리 주심 안되요?"라고 말은 하지만 애초에 뭘 기대하기나 할까요? 미리 줘도 그만 안줘도 그만이고 미리 받아도 만의 하나 못믿을 가능성이 높고, 그 만의 하나 상황이 발생해서 내가 똥;;;이될 확률도 높은데.
게다가 기자들은 그 누굴 만나도 뭐라도 말을 걸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직업정신이고 마주친 상대방이 연설문담당자일 뿐이라 아님말고식으로 그런 말을 던져보는 것이겠죠.

청와대 주치의를 만나면 "대통령 건강하시죠?"
청와대 요리사를 만나면 "대통령 요즘 잘 드시죠?"
뭐 이런 정도로 이해하면 되는 기자들의 속성인 것입니다.

지금까지 연설문으로 국정을 농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나름대로 고찰해보았습니다....만 그런 거 없고요.
아 제가 기관장의 발표문을 초안도 만들어보고, 완성까지 다듬어도 보고, 요러케 조렇게 하는게 좋다고 조언도 해주고 다 해봤는데
(넥타이를 어떤 걸 맬까 고민할 때는 몰라서 조언 못했습니다.) 
실세가 안됐어요. 
혹시 제가 실세로 거듭날 수 있는 신박한 아이디어 있으신 분은 귀뜸 좀 부탁드릴게요. 


발표문으로 국정을 농단하는 방법 - 2. 발표문과 기밀문서와 보안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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